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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무용수로 돌아온 김기민 "러시아에서 이만큼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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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무용수로 돌아온 김기민 "러시아에서 이만큼 컸어요"

입력
2018.09.11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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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첫 동양인 발레리노 기록 세우고

2015년 수석무용수 승급 이후

최고 권위 ‘브누아 드 라당스’ 수상

11월 6년만에 발레단과 첫 내한

'돈키호테'로 무대 서는 발레리노 김기민. 마린스키발레단 제공
'돈키호테'로 무대 서는 발레리노 김기민. 마린스키발레단 제공

“집이 한국이나 러시아가 아니라 비행기가 된 것 같아요(웃음). 해외 초청 공연을 위해 1주일에 2~3번은 비행기로 이동하거든요.”

귀국 직전에는 영국 런던에서 ‘백조의 호수’ 무대에 섰고, 열흘 후에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발레단 초청 공연을 위해 출국한다. 러시아 현지에서도 가장 짧은 시간 안에 티켓이 매진되는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26)은 이제 전 세계에서 앞다퉈 찾는 인기 스타로 우뚝 섰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영국 로열발레단의 초청 등을 포함해 연간 70회 이상 무대에 선다. 그는 2011년 마린스키 발레단에 동양인 최초 발레리노로 입단했고 두 달 만에 주역에 발탁됐다. 2015년 수석 무용수로 승급하고 2016년에는 한국인 발레리노로는 처음으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무용수 상을 받는 등 ‘최초’와 ‘최고’라는 수식어가 늘 그를 따라다녔다. 11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마린스키 발레단과 6년 만의 내한을 앞두고 잠시 한국에 들른 그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났다. 김기민은 “발레단 친구들과 편하게 지내다 보니 심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여유가 좀 생겼다”며 “예전에는 항상 떨린 마음이었다면, 7년을 보낸 러시아도 이제 편안하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김기민이 마린스키 발레단에 처음 입단했을 때만 해도 콧대 높은 무용수들은 그를 동료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과 지독한 연습으로 그는 이제 마린스키의 왕자로 불린다. 입단 초기 발레단에서 그의 퇴근 시간은 늘 연습실 문이 닫힐 때였다. “제 성격 자체가 완벽주의적인 면모가 있어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물론 노력을 많이 하지만 연습실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기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으로 바뀌었어요.”

김기민은 긴 체공 시간으로 대표되는 기술력은 물론 풍부한 표현력으로 기립박수를 이끌어낸다. 이런 모습 뒤에는 그의 학구열이 자리하고 있었다. 연습실에 들어가기 전 단기간에 원하는 동작을 효과적으로 얻고, 부상을 방지하면서, 올바른 자세로 춤을 추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한다. 작품 속 캐릭터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문헌을 찾아본다고 했다. “안무가의 철학을 느끼는 게 중요하죠. 안무가의 생애를 찾아보고, 작품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물어보기도 하고요. 책과 영화도 많이 찾아봐요. 많이 느껴봐야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 싶은 작품과 같은 시대 배경의 영화를 찾아보면서 마치 제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몰입해 보는 거죠. 제가 생각하기에 발레를 할 때도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김기민은 11월 마린스키 발레단과 ‘돈키호테’로 내한한다.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이후로 마린스키 발레단과는 처음 한국을 찾는다. 김기민의 ‘돈키호테’를 국내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기민은 마린스키 발레단의 강점을 “발레 작품마다 강한 색채”라고 설명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속 왕자와 ‘백조의 호수’ 속 왕자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두는 스타일이 강한 발레단”이라는 것이다.

작품의 색채를 중시하는 이곳에서 김기민은 ‘돈키호테’의 바질 역할로 100번 넘게 무대에 섰다. 그만큼 자신과 잘 맞는 작품이다. 그는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오디션을 치렀던 작품이기도 하다”며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한국 관객들에게 ‘저 러시아에서 이만큼 자랐어요’라는 의미로 보여 주는 것 같아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동명 소설 원작과 달리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의 결혼 해프닝이 주된 내용이다. 스페인을 배경으로 특유의 경쾌함과 화려함이 돋보인다. 김기민은 “스페인 사람들의 강렬함과 카리스마 있는 춤을 좋아한다”며 “자연스러운 김기민의 모습이 무대에 녹아 있을 것”이라고 작품의 기대감을 높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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