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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ㆍ파나소닉ㆍ도요타 등 일본 간판 기업들…‘선택과 집중’으로 다시 세계 정상에 우뚝

입력
2018.09.11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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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한때 14분기 연속 영업손실

혹독한 구조조정 등 환골탈태

지난해 84조원 역대 최대 매출

파나소닉ㆍ히타치ㆍ도요타 등도

기업 체질 바꾸며 옛 영광 재현

“일본 탄탄한 산업 생태계가 큰 힘”

일본 도쿄 미나코구의 소니 본사. 소니코리아 제공
일본 도쿄 미나코구의 소니 본사. 소니코리아 제공

한국의 중장년층에 일본 전자기업 소니(SONY)의 위용은 지금도 선명하다.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한 소니의 ‘워크맨’으로 음악을 들었고,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즐기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당대 최고 품질을 자랑한 소니 오디오와 TV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시아 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을 제패한 소니의 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급속도로 허물어졌다.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매출은 12.9% 감소했고 영업손실 2,278억엔에 순손실 989억엔을 기록했다. 소니로서는 14년 만에 맛본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이후 14분기 연속 영업손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일본의 대표 기업 소니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2013 회계연도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 매년 조금씩 이익을 늘려오던 소니는 지난 5월 2017 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해 글로벌 시장을 놀라게 했다. 매출 8조5,540억엔(약 84조원)은 역대 최대이고, 영업이익 7,349억엔(약 7조2,000억원) 역시 신기록이었다.

매출이 전년 대비 12.4% 증가한 데 비해 영업이익은 무려 154%나 뛰었다. 애초 소니가 목표로 잡은 5,000억엔을 2,000억엔 이상 초과한 성적표다. 순이익 4,908억엔도 사상 최대다. 1만명이 넘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재도약의 발판을 닦아온 소니는 이로써 전 세계에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에서 소니가 선보인 강아지 로봇 아이보 2세대. 소니는 2006년 단종한 아이보를 12년 만인 올해 1월 다시 생산하며 '소니 제국'의 재건을 알렸다. 베를린=곽주현 기자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에서 소니가 선보인 강아지 로봇 아이보 2세대. 소니는 2006년 단종한 아이보를 12년 만인 올해 1월 다시 생산하며 '소니 제국'의 재건을 알렸다. 베를린=곽주현 기자

한때 세계 시장을 호령한 일본 대표 제조업 기업들이 속속 되살아나고 있다. 소니를 비롯해 파나소닉, 히타치, 도요타 등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또 한번 ‘메이드 인 재팬’ 신화 창출을 위해 달리고 있다. 구조개혁을 통한 기업 성장에 초점을 맞춘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 기조 속에서 버릴 건 과감히 버리고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집중해온 결과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소니의 부활을 이끈 건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소니 회장이 2012년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하며 추진한 3년 단위의 중기 전략이다. 히라이 CEO는 유휴자산 매각을 시작으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TV용 액정표시장치(LCD)를 외부에서 조달하며 50인치 이상 프리미엄 TV에 집중했고, 바이오(VAIO) 브랜드의 PC사업부는 2014년 매각했다. 대신 디지털카메라용 CMOS 이미지센서와 게임, 음악, 금융 사업 등에 집중 투자했다. 내부적으로는 연공서열을 폐지해 효율성을 높였고, TV 스마트폰 사업부 등을 별도 법인 형태로 운영하며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이제 소니는 전자ㆍ엔터테인먼트ㆍ금융의 3대 사업 축을 보유한 기업으로 환골탈태했다. 이미지센서는 50%에 가까운 점유율로 세계 1위를 놓치지 않고, 게임은 연간 1조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주력 산업이 됐다. 지난 5월 22일 도쿄에서 열린 소니의 중기 전략 발표회에서 요시다 겐이치로(吉田憲一郞) 소니 CEO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이미징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굳건히 하고, 장기적으로는 센싱 애플리케이션 분야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파란색 회사 로고가 붙어 있는 일본 파나소닉 본사.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파란색 회사 로고가 붙어 있는 일본 파나소닉 본사.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한때 소니의 라이벌이었던 파나소닉도 삼성ㆍLG전자에 밀린 TV와 가전사업을 포기하고 새로운 분야에서 길을 찾았다. 테슬라에 공급 중인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파나소닉의 새로운 수익원이 됐다. 가전사업도 기업용 냉장고나 공조시스템 등으로 전환했고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집중 투자하며 기업간거래(B2B)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면서 과거 영광 재현에 들어갔다.

히타치제작소도 한국에 밀린 반도체 TV 디스플레이 등을 포기하고 공장설비와 엘리베이터, 차세대전력망, 고속열차 등으로 주력 산업을 바꿨다. 2009년 미국에서 터진 급발진 사건과 전 세계 1,000만대 리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던 도요타는 품질과 고객 우선주의란 ‘초심’으로 돌아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전 드라마’를 보여 주고 있는 일본 대기업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선택과 집중이지만,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탄탄한 산업 생태계도 이런 부활을 가능하게 한 밑바탕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위 ‘잃어버린 20년’을 보내고도 재기할 수 있는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이 있다”며 “한국 산업이 과거 일본 같은 상황이 됐을 경우 우리에게는 그런 생태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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