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루를 명상(瞑想)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내가 그 당일에 반드시 해야 할 일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선명하게 구별하기 위해서다.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은, 나에게 감동적이며 희망적인 미래를 위한 첫 발걸음이어야 한다. 이 발걸음이 차곡차곡 모아지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그 목적지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목적지는 길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란, 그 목적지로 가는 나를 유혹하고 그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드는 훼방꾼이다. 명상은 하루를 성공적으로 살겠다는 준비(準備)이다. 성공은 내가 의도한 일에 대한 실력, 그 일에 온전히 몰입하는 능력, 그리고 몰입하겠다고 다짐하는 준비, 이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준비는 최선의 실력이 발휘되도록 나를 몰입하게 하는 시발점이다. 하루라는 단거리를 뛰는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숨죽이며 총성을 기다리는 순간이다.

유대인들은 오래전부터 일주일 중 하루를 나머지 육일과 구별하기 위해 비운다. 이 구별하는 행위가 ‘거룩’이다. ‘거룩’이란 일상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는 수고다. 그들은 그 하루를 ‘안식일’이라고 부른다. ‘안식일’은 일주일 내내 피로한 심신을 달래 충전하는 시간이 아니다. 누군가가 오래전에 히브리 성서를 번역하면서, 본래 의미를 이해 못 했거나 무시한 채, 자신의 입맛대로 ‘안식일’이라는 안이한 단어로 번역했다. 아마도 그는 이 단어가 지닌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식일에 해당하는 영어단어 ‘새버스(Sabbath)’의 원래 의미는 ‘일상적으로 습관적으로 하던 생각, 말, 그리고 행위를 강제로 멈추다’라는 의미를 지는 히브리 동사 ‘샤바트’에서 유래했다. 안식일은 일주일 중 하루를 구별하여 지나간 육일을 돌아보고, 다가올 육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하루를 투자하여 나머지 엿새라는 시간을 온전히 자신을 위한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안식일은 장소의 정복이 아니라 시간의 정복을 연습하는 시간이다.

로마시대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준비’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우리는 호된 겨울 훈련을 견뎌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준비하지 않은 것들을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에픽테토스는 2,000년 전에 히에라폴리스(오늘날 터키 파묵칼레)에서 태어난 노예였다. 그의 주인은 에픽테토스의 남다른 학문에 대한 열정에 감동하여 자유를 주었다. 그가 살던 시대 전쟁은 오늘날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전면전이 아니었다. 눈이 오는 겨울은 전쟁을 멈추고 봄 전쟁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전쟁의 승리는 남들이 모두 쉬는 겨울에 행하는 혹독한 훈련에 달려 있다.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특징은 동료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훈련을 기꺼이 스스로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기를 스스로 훈련하여 더 나은 자신을 위해 변화하기 전에는, 사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연명하는 것이다. 마치 동물이 자기 욕망에 탐닉하고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동물이 그런 것처럼,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행복이라고 착각한다. 그는, 동물이 그런 것처럼,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을 불행이라고 착각한다. 그는 자신의 삶을 깊이 묵상하질 못하고, 자신의 오감을 만족시키거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산다. 그의 마음은 외부의 조그만 자극에도 쉽게 흔들려, 그의 외형적인 삶은 일관성이 없고 즉흥적이다. 인간이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관리하는데 성공해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다스릴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 맺어지는 일들을 다스릴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정복하는 자가 세상을 정복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은 인간이 동물보다 훨씬 다양한 욕망의 대상을 소유하며 동시에 그만큼 고통도 크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람은 죽은 사람과 같다. 삶이란 자기절제, 정숙, 인내, 그리고 배려와 같은 가치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 훈련을 통해, 자신의 내적인 혼돈을 걷어내고 자기 안에 존재하는 숭고한 자신을 발견하고 발휘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좌지우지했던 욕망의 노예에서 벗어나 욕망에 고삐를 채우고 자신이 정한 목표점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는 이제 자신의 운명을 만들기 시작한다.

‘준비(準備)’라는 한자는 의미심장하다. 첫 글자 ‘준(凖)’은 ‘물’을 의미하는 삼수변(氵)에 ‘송골매 준(隼)’이 합성되었다. 두 번째 글자 ‘비(備)’는 사람이 화살을 넣는 도구를 갖춘다는 의미다. ‘준비’는 저 아래 강물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발견한 송골매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소중한 하루를 위해 나만의 화살을 만들어 화살통 안에 가지런히 놓는 과정이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나무를 찍어 넘기기 위해 여섯 시간을 주십시오. 나는 첫 네 시간 동안 도끼날을 날카롭게 갈겠습니다.” 당신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준비하시겠습니까?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