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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나의 디테일 지수는 얼마인가.

입력
2018.09.10 18:5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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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적으로 성공한 분들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분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 중 하나가 ‘디테일에 강하다’는 점이다. 장쾌하고 호탕해서 사소한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고 그 속에 많은 것들을 배려한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게 된다.

디테일과 관련된 옛 이야기 두 개.

1) 중국 전국시대에 중산군(中山君)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가신들을 불러 큰 잔치를 벌였다. 이때 대부 사마자기(司馬子期)도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잔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평상시에는 쉽게 맛보지 못하는 진귀한 메뉴인 양고기 국(羊羹: 양갱)이 나올 순서였다. 그런데 국물을 나누다 보니 배식(配食)에 실패하여 사마자기에게는 순서가 돌아오지 않았다. 배식을 기다리던 사마자기는 이를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 생각하고 중산군을 버리고 이웃나라인 초(楚)나라로 가서 벼슬을 했다.

사마자기는 자기에게 모욕을 준 중산군을 잊지 않았다. 사마자기는 초나라 왕을 부추겨서 중산군을 공격하게 했다. 강국인 초나라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중산군은 역부족이었다. 결국 중산군은 싸움에서 크게 패했고 부하들을 잃은 채 혈혈단신 적들의 추격을 받으며 화급히 피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젊은 형제 두 사람이 목숨을 걸고 중산군을 지켜주었다. 중산군은 고맙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해서, 그 두 형제에게 자신을 구해준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형제는 이렇게 답했다.

“저희 선친께서 살아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저희 선친이 배가 고파 쓰러져 있을 때, 귀공께서 친히 밥 한 덩이를 주셨습니다. 저희 선친은 그 밥 한 덩이로 목숨을 건지셨습니다. 선친께서 돌아가시면서 저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귀공께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목숨을 걸고 보답하라구요.”

이 말을 들은 중산군은 다음과 같이 탄식했다.

“타인에게 베푼다는 것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구나. 상대방이 정말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원한을 사는 것 역시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더라.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나는 한 그릇의 양고기 국물로 인해 나라를 잃었고, 한 덩이의 찬밥 때문에 목숨을 구했구나.”

- 전국책(戰國策) 중 중산책(中山策)-

2) 다음은 인재를 끊임없이 갈망했던 전국시대 맹상군(孟嘗君)에 대한 일화다.

전국시대 사공자(제의 맹상군, 조의 평원군, 위의 신릉군, 초의 춘신군) 중 한 명이었던 맹상군은 자신의 집에 능력 있는 식객(문객)들을 기거하게 하면서 자신의 일을 돕게 한 일로 유명하다. 맹상군은 식객들이 문을 두드릴 때마다 몸소 그들을 맞이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병풍 뒤에서 비서가 그 대화내용을 일일이 기록했다고 한다.

특히 식객의 가족사항은 빼놓지 않고 기록해 두었다가, 식객이 작별인사를 고하기 전에 일찌감치 사람을 보내 가족에게 선물 등을 전달했다고 한다. 식객은 맹상군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하는 것을 보고는 그의 세심함에 감탄하고 충성을 맹세했다.

-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중 맹상군(孟嘗君) 열전 -

“성실하게 하면 일을 완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심하게 해야 비로소 일을 잘해 낼 수 있습니다.”라던 어느 사장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일을 하든 사람을 대하든 디테일이 겸비되면 그 효과는 증폭된다. ‘나는 사소한 것에 신경 쓰는 그런 스케일 작은 사람이 아냐’라고 큰소리칠 일이 아니다. 진짜 고수는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다. 디테일이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인 민감도가 높은 사람이라는 의미다. 과연 나의 디테일 지수(Detail Index)는 어느 정도인지 자가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조우성 변호사ㆍ기업분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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