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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젊을수록 “취하면 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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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젊을수록 “취하면 좀 어때”

입력
2018.09.18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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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이 젊은층보다 술에 관대할 거라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정말 그럴까. 결과는 그 반대다. 젊은층이 주취(酒醉)에 대해 훨씬 관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취를 미화하는 미디어 등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 사회가 갈수록 술에 관대해지며 그 폐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17일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개인 음주행태 요인분석 및 음주행태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남녀의 24.2%, 4명 중 1명 가량은 ‘고위험 음주자’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일주일에 2회 이상 술을 마시면서 한 술자리에서 소주 기준 남성은 7잔 이상, 여성은 5잔 이상을 마시는 이들을 ‘고위험 음주자’로 정의했는데, 남성 고위험군 비중(31.5%)은 여성(16.7%)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조사는 만 19세 이상 59세 이하 성인남녀 중 월 1회 이상 음주경험이 있는 이들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등을 통해 이뤄졌다.

[저작권 한국일보]술에 좀 취해도 된다. 박구원기자/2018-09-17(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술에 좀 취해도 된다. 박구원기자/2018-09-17(한국일보)

지나친 음주를 유발하는 원샷(45.3%), 잔 돌리고 주고받기(33.4%), 폭탄주(41.4%) 등을 경험한 비율도 전체 연령대에서 10명 중 4명 안팎이었다. 위험한 음주행태가 보편화되면서 음주로 인한 문제 경험률도 덩달아 증가했는데, 응답자들은 최근 1년 간 술로 인해 업무수행에 지장이 생기거나(46.3%)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을 못하는 블랙아웃 경험(45.4%) 등 일상적 문제를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남성 7.0%, 여성 2.3%는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봤다’고 답했고, 심지어 남성의 12.9%, 여성의 2.5%는 술에 취해 ‘성매매나 성희롱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성인 10명 중 4명 가까이는 주취에 관용적이었다. ‘술은 좀 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남성 43.1%가, 여성은 34.9%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연령이 낮을수록 관대한 응답을 했는데, 그 중에서도 긍정적인 응답을 한 20대 여성 비율(52.6%)은 50대 여성(26.0%)보다 두 배나 높았다. 20대 남성도 절반 이상(52.2%)이 긍정적 답변을 해 50대(36.3%)를 크게 앞질렀다.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나 낮술에 대해서도 연령대가 낮을수록 관대했다. ‘산 혹은 공원에서의 음주는 괜찮느냐’는 질문에 20대 응답자의 5명 중 1명(21.3%)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반면 50대는 10명 중 1명 정도(8.8%)에 그쳤다. 낮술에 대한 관용은 연령에 대한 차이가 더욱 확연했는데, ‘낮술을 해도 괜찮느냐’는 질문에 20대는 절반에 가까운 47.3%가 ‘그렇다’고 응답했지만, 50대는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5.3%만이 ‘그렇다’고 했다.

스스로의 주취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의 음주로 인한 피해로 적잖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삼육대 산학협력단이 복지부에 제출한 또다른 연구용역 보고서 ‘음주문화 특성분석 및 주류접근성 개선’에 따르면 성인 남녀 3,0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 98.3%가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음주로 1가지 이상 피해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구토(92.8%), 대중교통에서의 악취(87.3%), 소란과 고성방가(83.1%) 기물파괴ㆍ난동(66.7%) 등이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진은 지나친 음주로 인한 개인ㆍ사회적 문제가 적지 않은 데다 연령이 어려질수록 음주에 관대한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절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고 봤다. 연구책임자인 조병희 교수는 “고위험군의 경우 드라마의 음주 장면이나 술 광고를 보면 음주 생각이 나는 빈도가 월등히 높다”며 “공공장소 규제, 가이드라인 마련, 먹방 모니터링 등의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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