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신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최근의 금융거래 등 누락되며
소득 계산에 정확성 떨어져
대학 연합기숙사 4개 더 짓고
고교생에도 장학금 지급 추진”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11일 대구 동구 신암로 재단 사무실에서 국가장학금 지급기준을 성적보다 가정형편을 우선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제공

한국장학재단은 전국 400여 개 대학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과 학자금을 대출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취임 한 달을 맞는 이정우(67ᆞ경북대 명예교수)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11일 “가난해서 공부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것이 장학금”이라며 “당초 취지에 맞게 국가장학금을 지급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국가장학금 I 유형은 재단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직접 지급하지만 II 유형은 재단 지원을 받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데 성적 위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아서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며 “임기 3년 내 모든 장학금을 가정형편 위주로 지급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장학재단의 업무는 세상에서 가장 보람있고 뜻 깊은 일이라고 강조한다. “돈이 없어서 공부하기 힘든 젊은이에게 장학금이나 대출 등을 통해 학업을 이어가게 하는 일을 맡아 자부심도 느끼고 영광스럽기도 하다”는 것이 그의 한 달 소감이다.

이 이사장은 장학금이 없었으면 지금의 자신을 생각하기 어렵다고 회고했다.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 탓에 외국인 학생에게는 첫해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 영국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1978년부터 5년간 미국 하버드대를 장학생으로 다닌 그에게 장학금은 오늘의 그를 만든 자양분이기도 하다.

‘불평등의 경제학’이 전공인 그는 1989년 경북대 부교수 재직시절 0.2점 차로 장학금을 받지 못한 학생의 딱한 가정형편을 보고는 경북대신문에 ‘성적위주의 장학금제도, 과연 옳은가’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성적보단 가정형편 순”이라는 장학금 지급 원칙은 재단으로 옮긴 뒤에도 변함없는 철칙으로 고수하고 있다.

그의 또 다른 각오는 사각지대인 고교 장학금 지급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한국장학재단의 업무가 고등교육에 한정돼 있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 지급 길이 막혀있습니다. 반드시 고교 사각지대를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사장은 국공유지를 활용해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공동으로 입주하는 연합기숙사 사업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경기 고양시에 문을 연 1호 연합기숙사에는 대학생 1,000명이 생활하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 전국에 연합기숙사 4개 정도를 지어 대학생 4,000명을 더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매년 2조원 규모의 어마어마한 학자금대출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게 하는 것도 그의 과제다. “지금은 상환 초기라서 큰 문제는 없지만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연체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그는 “학자금을 대출받아 공부한 선배들이 사회 정착 후 이를 제대로 갚으면 혜택이 후배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대출금 상환의 틀을 잘 갖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학금 지급의 근거가 되는 소득분위산정 방식은 보완대상 1호다. 그는 “한국장학재단이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 데이터베이스의 자료로 소득분위를 산정하다 보니 비교적 최근의 부동산거래나 금융거래 등이 누락되면서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2009년 5월 설립된 한국장학재단에서 권위와 형식주의를 타파해 민주적이고 평등한 조직으로 만드는 것도 그의 목표다. “처음 취임해서 한국장학재단의 직원이 420명이나 되는데 놀랐고 예산이 많은데 놀랐다”는 그는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봉오동전투에서 승리한 홍범도 장군의 부대에는 계급이 없었다”며 “평등과 연대의 정신이 부대를 이끌어가는 힘이었던 것처럼 한국장학재단도 개성과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땅을 한 평이라도 소유하고 있다면 세금을 물리는 ‘국토보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이 이사장은 참여정부시절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이력답게 “복지와 재벌개혁, 비정규직, 최저임금 문제 등 난제를 해결하려면 지금보다 5∼10배 수준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로 꼽히고 있다.

그는 경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하버드대를 나온 후 38년간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통령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 2004∼2005년 대통령 정책특보 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노무현재단 대구경북위원회 공동대표와 학교법인 영광학원(대구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구=윤창식기자 csy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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