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후 경제와 교육, 부동산, 고용과 소득 악화 등 민생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권에 대한 지지율 하락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정책 등 경제 현안 전반에서 여야의 공통분모를 도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4ㆍ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를 추진하는 여권과 이를 반대하는 보수 야권 간의 대치도 갈등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소득주도 성장 논란 등 정기국회 정쟁적 요인의 증대와 사회적 불신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모두 협치를 강조하지만 적폐수사와 지방선거 패배로 숨죽이던 야권의 공세적 대응으로 볼 때 여야 협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 의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양보한다는 로드맵이 없는 원론적 수준의 협치 발언들에서 의미와 구체성을 발견할 수 없다.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증대 등에서 정권은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정권의 국정 농단 수사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은 문 대통령 지지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원동력이었다.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반영됐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경제적 혼선과 양극화의 심화를 인내할 수 있을까.

반면 집권 측 입장에서 본다면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 추세라지만 수출 성과도 나쁘지 않다. 통계 결과도 산출 방식과 표본 조사 구성에 따라 달리 나올 수 있다. 보수언론의 집요한 공세와 과도한 정부 비판 측면 역시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권이 인정할 부분은 소득주도성장의 일부라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 면밀하게 성찰하지 못한 점이다. 각 부처의 정교하고 일관된 메시지 부재 또한 시장 혼란과 국민 불신을 부추기는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지지율 하락이 정권을 당황하게 만들고 조급한 대처가 더욱 지지율을 하락시키는 악순환의 구조다.

소득주도성장의 포기는 과거 대기업 위주의 경제 운용 방식과 성장 만능주의로 돌아가자는 논리라는 여권의 생각은 옳다. 그러나 정치는 인식과 해석의 문제다. 국민들이 정권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원점부터 새롭게 사회적, 경제적 지향을 고민해야 한다.

민주주의란 갈등의 제도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사회적 갈등을 제도화하지 못하면서 갈등은 구조화하고 있다. 사회 각 부문의 요구와 상충되는 각 계층의 욕구를 제도권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화의 지체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의 위기와 사회경제적 개혁의 실종은 동시에 다가올 수 있으며, 실제로 경제지표 악화의 현실에서 개혁 의제의 실종을 목격하고 있다. 진보적 의제를 공론화하고 추동하지 못한다면 개혁은 멀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정권의 무력감이 급전직하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혁명에 힘입어 탄생한 정권이고, 개혁은 집권의 당위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개혁을 위한 법적 제도화에 다가가지 못하면 다시 수구적 소용돌이의 정치로 회귀할 수 있다. 보수야당들의 협치를 기대할 수 없다 해도 야당과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의 진정성을 보인다면 야당의 정치공학적 공세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촛불혁명이 지향했던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혁파하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도 놓쳐선 안 된다. 현재의 상황을 정치학자 애덤 셰보르스키가 말한 ‘전환의 계곡(valley of transition)’으로 진단하고 합리화하기엔 사회적 불신과 구조적 모순의 골이 너무 깊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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