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해용 전 수석연구관 소환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통진당 문건
전달했던 법관이 현재 요직 맡아
재판연구관들 개입 가능성도 제기
윤석열 “법대로 철저 수사하라”
지난 8월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고영환·김창석·김신 대법관 퇴임식을 마친 김명수 대법원장이 기념촬영에 앞서 홀로 서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기밀 유출에 전ㆍ현직 대법원 고위 관계자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 현 대법원까지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대법원은 범죄 연루 의혹이 제기된 현직 고위법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대법원 주요 업무를 다루도록 내버려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9일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유 전 수석재판관은 재직 중 김모 당시 선임재판연구관(현 수석연구관)으로부터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정황이 담긴 문건을 전달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유 전 수석연구관이 전달 받은 문건은 2016년 6월 8일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통진당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으로, 2014년 헌법재판소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의원직 복직을 청구한 행정소송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상고기각이나 파기환송 등의 최종 결론이 대법원과 헌재의 최고 법원 위상 경쟁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대법원 진상조사단도 법원행정처 검토 자체가 “전합 회부 권한을 가지는 담당 소부(小部) 소속 대법관의 재판 권한을 침해하거나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검찰은 최근 김 전 선임연구관이 법원행정처 측으로부터문건을 이메일로 건네 받은 뒤 유 전 수석연구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과 물증 등을 확보했다. 재판연구관을 총괄하는 수석연구관(차관급)과 선임연구관은 사건 분석 및 법리 검토 등의연구관 보고서를 검토해 대법관에게 전달하고, 대법관 지시를 연구관에게 배당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전달된 문건 내용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3명이 전합 회부 여부를 검토하는 회의에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 사법행정을 맡는 법원행정처와 재판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분리돼 재판거래가 불가능하다는 기존 대법원 측 주장이 무색해진 셈이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와 대법원 간 불법 자료가 전달되는 연결 통로로 김 전 선임연구관이 활용된 것으로 보고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또, 유 전 수석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재판연구관 보고서, 판결문 초고 등 대법원 기밀자료 유출에 김 전 선임연구관이나 현 대법원 연구관들도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문제는 현 대법원도 대법원 기밀유출 등에 김 전 선임연구관 연루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 전 선임연구관은 대법원 주요 업무를 총괄하는 수석연구관직을 현재 수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게 적절한지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근 수사팀에 “법대로 철저히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법원 측이 유 전 수석연구관에게 유출된 문건의 임의회수를 검토하는 등 부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자 경고한 셈이다. 하지만 앞서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던 법원 측 대응은 ‘누가 갑인지 보자’는 식이다. 지난 7일 밤늦게 검찰은 유 전 수석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에 대해 3번째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증거인멸 우려 등 긴급한 상황을 설명했지만이튿날인 8일 출근한 영장전담 판사 2명은 심사하지 않고, 일요일(9일) 당직 판사에게 인계하지도 않았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 시 통상 하루 이상 걸리지 않는 걸 감안하면 3일 이상 심사를 미루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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