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스토리(23)]최정 9단, ‘2018 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스’ 대회서 중국 강호 연파
오유진 6단, 중국 여자바둑 갑조리그 7연승…국내선 이창호 9단도 꺾어
김채영 5단, ‘제1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서 생애 첫 세계대회 타이틀 획득
지난 5월 중국 저장성(浙江省) 톈타이현(天台縣)에서 세계 여자바둑 단체전으로 열렸던 ‘제7회 천태산ㆍ삼연양범배’에서 한국팀에 우승컵을 선사한 최정(맨 오른쪽) 9단, 오유진(두 번째) 6단, 김채영 5단(세 번째)이 단장으로 참석했던 박정상 국가대표팀 코치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국내 여자 바둑계에 본격적인 ‘트로이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주인공은 국내 랭킹 1,2,3위를 질주 중인 최정(22) 9단과 오유진(20) 6단, 김채영(22) 5단. 이들은 특히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무대에서도 물오른 기량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저장성(浙江省) 톈타이현(天台縣)에서 세계 여자바둑 단체전으로 열렸던 ‘제7회 천태산ㆍ삼연양범배’(우승상금 5,000만원)에서 한국팀에 우승컵을 선사한 것도 이들 3인방 작품이다.

9일 한국기원에 따르면 이달 국내 여자랭킹 순위에서 최 9단과 오 6단, 김 5단은 나란히 톱3에 오르면서 지난 3월 이후 6개월째 3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

최정(맨 오른쪽) 9단이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렸던 ‘2018 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스’ 대회에서 스웨(세 번째) 9단에 승리한 직후 이세돌(두 번째) 9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복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대표주자는 역시 세계 여자바둑 랭킹 1위인 최 9단이다. 최 9단은 지난 4~5일 ‘2018 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스’ 대회에서 중국 바둑의 강자인 스웨(27) 9단과 타오신란(24) 7단을 잇따라 연파하고 16강에 안착했다. 현재 중국 랭킹 6위인 스웨 9단은 세계대회 우승자로, 한 때 자국내 1인자로 군림했던 초일류급이다. 최근 상승세인 타오신란 7단 또한 차세대 주자로 꼽힐 만큼, 경쟁력은 이미 검증된 상태다. 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스 대회는 국내 최대 기전으로 우승상금은 3억원이다. 최 9단은 현재 출전 중인 중국내 여자바둑 을조리그에서도 7전 전승을 달리고 있다. 최 9단은 현재 58승16패로 국내 남ㆍ녀 바둑 통합 다승 공동 선두다. 최 9단은 상금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지난달 기준, 올해 연간 누적 상금으로 2억2,400만원을 획득하면서 여자 기사로는 처음으로 상금 2억원 시대를 열었다. 최 9단은 최근 상승세 비결에 대해 “원래 대국 초반 포석 단계가 제일 약했는데, 인공지능(AI)를 통해 연구를 거듭하면서 약점을 보완해 나간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오유진(맨 왼쪽) 6단이 한국기원 지난 4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열렸던 ‘제12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에서 이창호(세 번째) 9단에 승리한 직후, 복기를 하고 있다. 바둑TV 캡처

오 6단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다. 국가대표팀내에선 “지는 법을 잃어버렸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만큼, 오 6단의 현재 컨디션은 최고조다. 지난달 남ㆍ녀 바둑 통합 랭킹에서도 86위를 기록, 전월대비 10계단이나 뛰어오르면서 100위권내 선수들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2018 KB국민은행 퓨처스리그’ 예선을 홍일점으로 통과한 오 6단은 정관장황진단 소속으로 현재 6승4패를 거두면서 팀 공헌도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의 성적 역시 기대 이상이다. 올해 중국내 여자바둑 갑조리그에선 7전 전승으로 무패 행진 중이다. 지난 5일엔 ‘제12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에서 한국 바둑의 살아 있는 전설인 이창호(43) 9단 마저 격파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오 6단은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면서도 “자신이 있는 끝내기 부분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엔 버티기가 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오 6단은 다음 달 1일부터 본선이 펼쳐질 ‘제2회 한국제지 여자기성전’(우승상금 3,000만원)에서 자신의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김채영(맨 왼쪽) 5단이 지난 5월 열렸던 ‘제7회 천태산ㆍ삼연양범배’에서 대만의 장카이신(세 번째) 5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김 5단의 경우엔, 올 들어 확실하게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열렸던 ‘제1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그 동안 천적으로 군림해왔던 최 9단을 2대0으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다. 결승전 상대로 올라왔던 최 9단은 오청원배 대회 직전까지 11전 전패를 당했던 상대였기에 생애 첫 세계대회 타이틀 획득의 의미는 더했다. 더구나 최 9단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김 5단의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 25연승을 끊어낸 장본인이기도 했다. 김 5단은 특히 ‘제7회 천태산ㆍ삼연양범배’에서 한국팀 우승 당시, 3연승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맡기도 했다. 큰 대회에서 성적이 나오다 보니,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안정을 찾았다는 게 김 5단의 생각이다. 김 5단은 “자신감이 좀 붙으면서 불리한 상황에서도 예전처럼 크게 동요하거나 무리한 수를 두는 부분이 줄었다”며 “전체적으로 판을 읽는 눈도 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들 3인방 시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바둑TV 해설위원 겸 현 국가대표 코치인 홍민표(34) 9단은 “한국 여자바둑랭킹 1,2,3위 선수들은 모두 바둑기사로선 절정인 20대 초반인 데다, 라이벌 의식까지 더해지면서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도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최ㆍ오ㆍ김 선수들의 전성시대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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