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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의 고민은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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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의 고민은 소비

입력
2018.09.11 17:00
수정
2018.09.11 19:3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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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ㆍ실업률 등 개선 불구

소비 증가 기미 안 보여

경제 체질 회복엔 시간 걸릴 듯

“물가가 4년 이상 플러스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디플레이션 마인드 전환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베노믹스의 대표 ‘집행자’라 할 수 있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 지도부가 생각하는 장기불황 탈출의 전제조건, 즉 디플레 탈출이 생각만큼 쉽지 않음을 고백한 것이다.

사실 아베노믹스 시행 후 5년간 일본 경제의 겉모습은 상당한 개선을 이뤘다.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12년 494조엔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인 546조엔으로 늘었다. 실질 GDP는 2016년부터 8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며 28년 만에 새 기록을 썼다. 이 기간 전체 인구 감소에도 불구, 취업자 수는 270만명 늘어난 반면 실업자는 110만명이나 줄었다. 지난해 실업률은 2.8%로 23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이는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효과에다 장기 불황을 거치며 반강제로 이뤄진 주요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일본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다.

이중 엔저(엔ㆍ달러 환율 상승) 정책은 아베노믹스의 상징과 같다. 2012년 아베 총리 당선 당시 달러당 80엔 수준이던 엔화 환율이 2015년 120엔대까지 상승했고, 요즘도 110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엔화가 싸지자 해외 관광객이 최근 5년간 3배 이상(2012년 836만명→2017년 2,616만명) 급증하면서 고용 창출 효과까지 톡톡히 보고 있다. 제품가격 경쟁력이 살아나면서 일본 기업의 순이익(2016년 약 50조엔)은 5년간 2.6배나 늘었고, 장기간 적자에 허덕이던 일본의 수출도 2016년부터 흑자로 전환됐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내포한 한계 때문에 여전히 일본 경제의 미래에 대해 물음표를 지우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가장 큰 효과를 본 ‘대규모 돈 풀기’ 정책은 일종의 모르핀 주사다. 그로 인한 기업수익 개선이 ‘투자 증가→고용ㆍ임금 확대→소비 증가→기업수익 개선’으로 선순환을 이뤄야 비로소 경제 부활을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좀처럼 소비 증가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가 대부분 65세 이상 고령층과 여성에 집중된 데다, 지난해 명목임금은 0.4% 증가, 실질임금은 오히려 0.6% 감소할 만큼 임금 상승이 더디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손에 쥔 돈을 풀지 않은 결과다. 결국 소비가 뚜렷이 살아나지 않는 한, 지금까지의 경기 회복은 해외 수요에 기댄 기업부문 주도의 회복일 뿐 외부 충격에 견딜 내성을 지닌 체질 회복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년으로 예정된 소비세율 추가 인상과 언젠가 거둬들여야 할 돈 풀기 정책 등 아직 잠재해있는 대형 위험 요소들을 고려하면 아직 일본 경제의 부활을 단언하긴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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