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일본 경제]<하>정부가 준 두가지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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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ㆍ고령자 고용 증가도 기대
도쿄ㆍ오사카 등서 신사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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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특례ㆍ그레이존 해소 이어
혁신 비즈니스 모델 적용 위해
‘프로젝트형 샌드박스’ 도입
인터넷은행 규제 정비도 속도

전동자전거를 만드는 일본 야마하발동기㈜와 물류회사 야마토운수㈜는 일본 정부에 도로교통법상 인정되지 않는 전동보조자전거의 물류배송 허가 특례를 요청했다. 자전거 수요 확대는 물론, 여성과 고령자의 고용기회도 늘어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국토교통성은 ‘신사업실증특례제도’에 따라 운전자 안전조치를 마련하는 조건으로 도쿄, 홋카이도, 오사카 등지에서 사업 검증을 허가했다. 이를 통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일본에선 3륜 전동보조자전거를 활용한 물류배송이 가능해졌다.

최근 일본 경제가 부활하는 움직임의 이면에는 일본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사격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규제 완화이다.

일본 아베 정부는 2013년 출범과 함께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이른바 ‘세 개의 화살’을 내세운 아베노믹스 정책을 천명했다. 세 개의 화살 가운데, ▦대담한 금융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이 주로 돈과 관련된 것이라면 세 번째 화살인 ▦공격적인 성장전략은 풀린 돈을 이용해 국가 경제를 부흥시키자는 최종 목표를 겨냥한다.

아베 정부는 특히 규제개혁을 성장의 핵심 수단으로 삼았다. 지금까지 세 차례(2013년 국가전략특별구역법, 2015년 산업경쟁력강화를위한특별조치법, 2018년 생산성향상특별조치법) 규제개혁 관련 법률을 통과시킬 만큼 추진도 지속적이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일본의 혁신분야 규제개혁 동향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아베 정부는 출범 1년 만인 2014년 규제개혁의 뼈대를 완성하고 기존 전국 단위의 일률적인 규제개혁 방식에 지역과 기업 단위 제도를 추가했다. 아베 총리는 이 과정에서 기존 규제로 인한 이익향유 집단의 영향력과 공공기관의 규제 의존도가 높은 규제를 ‘암반규제’로 규정하며 “어떤 기득권도 나의 ‘드릴’ 앞에서 무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2013년 시작된 지역 단위 규제개혁 방식인 국가전략특구는 지역과 분야에 종합ㆍ집중적으로 규제개혁을 해 ‘입지 경쟁력’을 강화했다. 가령 북부 센보쿠(仙北)시는 ‘특정실험시험국’을 설립해 전파 관련 면허발급 절차를 ‘조정 가능 시 당일 발급’으로 대폭 단축했다.

2014년 일본은 규제개혁 단위를 기업으로도 넓힌다. 이를 위한 ‘그레이존 해소제도’는 규제 관련성이 불명확한 사업을 추진할 때 관련 규정의 적용 여부를 사업자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제도다.

간이 혈액검사 서비스 제공업체 ‘건강라이프 컴파스’는 고객 본인이 스스로 채혈한 혈액을 검사해 고객에게 결과를 통보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싶었지만 ‘혈액검사는 원칙적으로 의료기관에서 받는다’는 일본 의사법에 저촉되는지 불투명했다. 회사는 일본 후생노동성에 이를 문의했고 “저촉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아 사업을 본격 확장했다. 기존 80개에 불과했던 이 서비스 도입 점포는 현재 1,400개로 급증했다.

신사업실증특례제도는 사업자가 규제에 대해 특례 조치(일반적 법령ㆍ제도에 특수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규정하는 것)를 제안하면, 안전성 확보 등을 조건으로 특례를 적용받는 제도다. 지게차를 만드는 ‘도요타 자동직기’는 연료전지로 구동되는 지게차에 금속제 수송 탱크를 연료전지 용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현행 고압가스보안법의 용기보안 규칙에 특례 조치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연료전지 용기 가격이 10분의 1로 낮아지면서 조만간 연료전지 지게차의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세계 최초로 모든 신기술, 혁신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 가능한 ‘프로젝트형 규제 샌드박스’까지 도입했다. 샌드박스는 규제를 일시적으로 면제ㆍ유예해 신기술을 실증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그간 선진국에서 주로 금융 분야에 적용돼 왔지만 일본은 이를 전 산업 분야로 넓힌 셈이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 규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 제도는 비슷하지만 대상 및 운용방법에 차이가 작지 않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의지와 함께 여러 군데로 나뉜 규제관련법부터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규제에 막혀 제자리 걸음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규제 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규제 완화를 통해 비금융사들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했다. 2000년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야후 등이 출자한 인터넷은행(재팬네트은행)을 시작으로, 2001년 전자업체 소니의 소니은행, 편의점 세븐일레븐재팬의 세븐은행(2001년), 전저상거래업체 라쿠텐의 라쿠텐은행(2008년)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일본에도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규제가 있지만, 의결권 5% 이상은 당국에 신고하고 20% 이상의 경우 미리 인가를 받는 규정만 충족하면 은행업 진출에 별다른 제한은 없는 상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기술 발전으로 금융ㆍ비금융 간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현실을 고려해 IT회사를 금융기관의 모회사로 두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IT기업이 파산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문제점을 우려해 새로운 규제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금융연구원은 전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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