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 유치원 지반 붕괴 20도 기울어

인근 다세대 공사 흙막이 붕괴가 원인
1주 전 가산동 아파트 싱크홀과 닮은꼴
지난달 건물 바닥 균열 불구 조치 없어
무리한 공사ㆍ당국 안일한 대처에 人災
[상도유치원3]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다.20180907 고영권 기자 /2018-09-07(한국일보)

서울 도심 유치원이 떠받치고 있던 흙이 무너져 내리면서 순식간에 20도 가까이 기울었다. 다행히 밤중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다. 6m 깊이로 땅이 꺼져 아파트 주민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던 가산동 아파트 지반침하 사고 발생 일주일 만이다. 두 사고 모두 지반붕괴 방지 공사의 부실이 낳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우리 사회의 고질인 안전불감증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7일 오전 기자가 찾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높이 20m 언덕 위에 위치한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상도유치원은 20도 가까이 기울어진 상태로 위태롭게 서 있었다. 건물 곳곳에 찢겨진 듯 금이 갔고 유리창까지 깨져 있어 흉물스러웠다.

6일 오후 11시22분,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발생한 사고는 바로 옆 다세대주택(49세대 규모) 공사장 옹벽(5m)이 1차적으로 무너진 후 흙막이(폭 50m, 높이 20m)가 연쇄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흙막이와 옹벽은 땅을 깊이 팔 때 토사가 유출되고 주변 지반이 붕괴되는 걸 막기 위해 세우는 구조물이다. 소방당국은 옹벽과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유치원을 떠받치던 지반 일부가 함께 쓸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세대주택과 유치원은 2m 정도 떨어져 있다. 유치원생 122명이 활동하는 대낮에 일어났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사고가 나자 인근 주민 54명(25세대)은 긴급 대피했다. 주민 박연숙(57)씨는 “천둥소리 같은 굉음이 무시무시하게 났다. 인근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근처 주민들이 문을 두드리며 대피하라고 해서 주민센터로 황급히 이동했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7일 오전 10시 가스 유출과 추가 붕괴 위험이 없다는 구청 판단에 따라 귀가했다.

상도유치원은 이날 휴원했지만, 사고 지점에서 170m 떨어진 상도초등학교는 정상 운영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원생 122명 중 58명을 우선 10일부터 상도초등학교로 등원시키고, 추가 공간이 확보된 17일 이후에는 전원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작구청은 이날 조영훈 경원엔지니어링 토질기초기술사 등 전문가 5명으로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오전 8시30분부터 1시간가량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동작구청은 유치원건물에서 기울어지거나 손상이 심한 부분을 우선 철거하고, 나머지 부분은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동작구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치원 건물 자체 기초가 약한데다 폭우로 지반에 물이 스며들었고 지반이 연약해지면서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공업체의 무리한 공사, 관계 기관의 안일한 대처 역시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3월 현장을 점검한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붕괴 가능성을 예측한 의견서를 냈지만 제대로 보강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민 다수는 구청과 공사장에 꾸준히 관련 민원을 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유치원 자체 점검에서 30~40㎜ 균열이 관측돼 대책회의를 했지만 사고 전까지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도 않았다. 이에 동작경찰서는 시공업체의 안전관리의무 소홀 여부 등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아파트 인근 지반침하 당시에도 주민들이 구청 측에 공사장 인근 담장 균열을 언급하며 안전진단 실시를 요청하는 등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잇따른 사고에 관련 부처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유사 공사현장에 대한 주변 안전관리 실태 긴급점검을 지시했고, 행정안전부도 각 지자체에 취약시설 안전점검을 요청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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