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ㆍ글로비스 분할 합병 요구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5개월 간 5억달러(약 5,500억원) 안팎의 현대차그룹 주식을 사 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분율을 높인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또 다시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 합병한 뒤 합병 글로비스를 지배구조의 정점에 세우라는 것인데, 주가 부양 목적의 지나친 경영 간섭이란 지적이 높다.

엘리엇 계열 투자 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 홍콩은 지난달 현대차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핵심 계열사 합병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7일 밝혔다. 엘리엇은 우선 현대모비스를 둘로 쪼갠 뒤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은 현대자동차와, 나머지 모듈ㆍ핵심 부품 부문은 글로비스와 합병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글로비스 합병 법인이 기아차와 정몽구 회장 일가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사들이고, 정 회장 일가는 기아차가 보유한 합병 법인의 지분을 사들여 지배구조를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과 가장 큰 차이는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 둘 중 어느 회사를 지배구조의 정점에 세우느냐다. 엘리엇은 이 같은 구조조정 계획을 세울 위원회를 구성할 것도 제안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거절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장사는 특정 주주와 별도의 만남을 통해 중요 문제를 논의하거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회사와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에 대해선 절차에 따라 모든 주주들과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엇은 이번 서신에서 현대차 지분 3.0%와 현대모비스 지분 2.5%, 기아차 지분 2.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가로 환산하면 15억달러 안팎이다. 지난 4월에는 세 회사 통틀어 10억달러(약 1.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5개월만에 지분율을 1%포인트 이상 늘린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엘리엇이 제안한 합병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합병 후 글로비스는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자금 동원 능력도 불확실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선 엘리엇의 주장대로라면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되는 글로비스의 주가가 5.10%(6,500원) 상승한 13만4,000원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2.38%)와 기아차(1.78%)도 올랐다. 반면 현대차는 0.75%(1,000원) 하락한 1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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