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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러 맞붙나, 시리아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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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러 맞붙나, 시리아에 쏠린 눈

입력
2018.09.07 17:26
수정
2018.09.0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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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ㆍ러시아, 연일 ‘반군 거점’ 이들리브 공습

미국 “화학무기 사용 땐 신속ㆍ단호히 응수” 경고

#7일 러ㆍ이란ㆍ터키 3자 회담, 구체적 휴전합의 실패

이르면 내주 ‘이들리브 탈환’ 작전 강행 가능성 제기

‘단계적 안정화’는 논의… 대규모 군사충돌 피할 수도

러시아 국방부가 5일 공개한 시리아 이들리브 지역에 대한 공습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가 5일 공개한 시리아 이들리브 지역에 대한 공습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시리아 내전이 미국과 러시아의 정면 충돌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을 우려하며 미국이 압박수위를 높이자, 러시아는 미군 주둔지역을 폭격할 수도 있다며 초강수로 맞섰다. 이에 미국이 자위권 차원의 대응까지 거론하는 등 양국이 전면에 나서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전운이 감도는 시리아의 전선은 두 곳이다. 러시아는 5일 북서쪽 이들리브를 공습해 선제 타격을 가한 데 이어, 남부 아트 탄프에 은거한 과격분자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이들리브는 반군의 최후 거점이고 아트 탄프는 요르단, 이라크와 국경을 마주한 군사적 요충지로 수십 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

그러자 러시아의 이들리브 공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던 미국이 응수에 나섰다. 짐 제프리 미 국무부 시리아 담당 특별고문은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시리아 정부군이 이들리브 공습에 화학무기를 준비한다는 증거가 충분하다”며 “그 어떤 공격이든 사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악관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다시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과 동맹국은 그에 상응하는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가세했다. 이들리브에는 300만명의 주민과 반군이 머물고 있어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이 군사행동을 재개할 경우 최대 수십만명의 막대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곳이다.

이들리브를 둘러싼 신경전은 남동쪽으로 400㎞가량 떨어진 시리아 남부 국경도시 아트 탄프로 불똥이 튀었다. CNN은 미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아트 탄프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지난주 두 차례 미국 측에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교두보 확보를 위해 러시아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곳에 군사기지를 조성해 주변 55㎞ 반경의 배타지역을 감시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눈엣가시인 미군 주둔이 이슬람국가(IS)의 잔당을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불만이 크다.

이에 CNN은 “미군은 해외 어디서든 자위권을 갖고 있어 만약 러시아의 공격을 받게 된다면 미 본토 정부 고위관료의 승인 없이도 반격에 나설 수 있다”며 “러시아의 공격이 정밀하지 못할 경우 미군의 자동대응을 촉발해 상황이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의 미군 주둔을 연장한 만큼, 러시아가 섣불리 움직이면 정면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한 정부 관료는 “우리는 그들(러시아군)에게 아트 탄프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확실히 밝혔다”며 “언제든 대응할 태세가 돼 있다”고 전의를 다졌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정부 편에 서 있는 러시아ㆍ이란,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는 7일 이란 테헤란에서 3국 정상회의를 열고 시리아 내전 종전 논의를 시작했다. 시리아 정부군의 이들리브 탈환 작전을 앞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이날 회담에서 이들 3국 정상은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다짐했지만, 시작부터 이견을 그대로 노출했고 구체적인 휴전 합의에 도달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아사드 정권의 자비를 바라면서 이들리브의 주민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며 “어떤 군사작전도 학살로 이어지고 인도주의적 비극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군의 이들리브 공격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이란과 러시아, 터키는 시리아의 평화 재건을 위해 굳게 협력했다”면서도 “이들리브에서 모든 테러 분자(반군)을 뿌리뽑을 때까지 전투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시리아 개입도 끝나야 한다”면서 미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시리아 국민이 스스로 장래를 결정할 환경이 조성됐다”며 “시리아 정부가 통제력을 되찾은 영토의 사회ㆍ경제적 상항 개선을 위해 (러시아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리브 공습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결국 이날 3자 회담에서 특별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음에 따라,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춘 러시아군과 시리아군이 이르면 다음주에 대대적인 이들리브의 반군 소탕 작전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모한 공격을 삼가라”면서 러시아와 이란을 향해 거듭 날을 세우고 있지만, 반향은 거의 없는 상태다.

다만 이들 3개국 정상은 ‘단계적 안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당장 대규모의 군사적 충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다음주 예정된 유엔 중재로 극적인 타협안이 도출될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 있다. 10, 11일 유엔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러시아와 이란, 터키 등 3개국 대표단과 시리아 내전 당사자들의 정치적 협상 재개를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 3개국은 또, 향후 양자 회담도 개최할 계획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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