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 자극 발언에 서민들 부글부글
서울엔 직장, 인프라, 교육 다 몰려 있어
해법은 분산, 청와대ㆍ국회부터 떠나야
정부가 수요, 공급 등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음에도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서울 집값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결국 40%대로 내려앉은 가장 큰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이 삐걱대면서겠지만, 이 정부 인사들에겐 그보다 더 큰 걱정이 있는 것 같다. 미쳤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집값, 정확히는 서울 집값이다. 10년, 20년 장기집권의 의지를 불태워 왔는데, 자칫 그 발목을 집값이 잡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에 집값은 트라우마다. 뿌리인 노무현 정부에서 강남을 비롯한 이른바 ‘버블 세븐’ 집값을 잡기 위해 규제란 규제는 모두 다 동원했지만, 결국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신년연설에서 “죄송하다.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했다. 정신분석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감당하기 어려운 기억은 무의식에 저장돼 언젠가 다시 떠오른다”고 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이 그때인 것 같다. 그러니 참여정부에 몸을 담았던 이 정부 인사들의 집값을 대하는 태도는 가히 전투적이다. 청와대와 내각은 물론이고 참여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대표가 당권을 쥔 더불어민주당까지 필사적으로 대책을 쏟아낸다.

사실 지난해 ‘8ㆍ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만 해도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호기로운 발언, “(양도세 중과 조치가 되는) 내년(2018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는 말은 다주택자들을 잔뜩 움츠리게 만들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시장은 다시 정부를 믿지 않는다.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한 건 분명 알겠는데, 과연 저런다고 집값이 잡히겠느냐는 오랜 학습에서 비롯된 불신이다. 서울 집값이 49개월간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올랐고, 강남 집값이 4년 새 2배가 됐다는 통계는 이런 불신을 “정부 말을 믿으면 쪽박 찬다”는 확신으로 바꿔 놓았다.

사실 참여정부 트라우마가 아니더라도, 이 정부에서 집값은 놓쳐서는 안 되는 절체절명의 사안이다.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실증적으로 분석했듯, 역대로 자본소득, 그러니까 부동산 같은 보유자산이 벌어들이는 소득의 불평등이 근로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컸다.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자산격차가 자고 일어나면 수억 원씩 벌어지는 현실에서, 그토록 뭇매를 맞으며 최저임금을 올려본들 분배가 개선될 리 만무하다.

정부는 지금 집값 상승의 주범이 투기수요라고, 다주택자 대부분은 투기꾼일 거라고 확고히 믿는 듯하지만, 서울은 대체 불가능한 실수요가 넘쳐 나는 곳이다. 서울에는 직장이 있고, 인프라가 있고, 또 교육이 있다. 투기수요를 다 걷어 내더라도 이곳에 집을 갖겠다고 줄을 서는 이들은 넘쳐 날 거라는 얘기다.

결국 답은 인구 분산, 수요 분산이다.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직장을 만들고 교육을 심고 인프라를 깔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해찬 대표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방아쇠를 당긴 건 전적으로 환영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전제가 있다. 그보다 앞서 청와대, 그리고 국회가 서울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을 옮겨 봐야 허울뿐이라는 건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 서울과 지방에 따로 사는 ‘이산가족’만 늘릴 뿐이다. 매력적인 인센티브로 민간기업과 대학들의 지방 이전을 적극 독려하는 건 그 다음이다.

“나도 거기(강남)에 살고 있어서 이렇게 말하는 건데, 모든 국민이 강남에서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이른바 ‘강남 발언’은 가뜩이나 집값 때문에 열 받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그런데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을 고집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도 거기(서울)에 살고 있어서 그런데, 모든 국민이 서울에서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복장 터질 일이다. 서울에 집 가진 사람들만을 향해 호통을 칠 게 아니라,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을 떠나는 게 우선이다.

이영태 정책사회부장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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