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A씨가 경유 주유의 증거로 제시한 울산의 모 주유소 영수증 사진. 보배드림 캡처

달리던 차량의 시동이 갑자기 꺼진 원인을 놓고, 차량 제조사와 고객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제조사는 기름이 섞이는 ‘혼유’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반면, 고객은 “주유 과정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현대차 횡포, 주행 중 시동이 꺼졌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현대자동차의 신형 산타페 차주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 7월 24일 아침, 도로에서 겪었다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소개했다. 시속 80㎞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덜덜덜’ 소리를 내며 멈췄다는 것이다.

차량 자체 결함이라 생각한 A씨는 울산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맡겼다. 그리고 며칠 뒤 서비스센터로부터 차량 자체 결함이 아닌 “혼유가 사고 원인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받았다. 혼유는 주유 과정에서 두 종류의 다른 기름이 섞이는 것을 말한다. 휘발유로 움직이는 차에 휘발유와 경유가 같이 들어가는 식이다. 혼유는 엔진 결함을 일으켜 시동 꺼짐, 화재 등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사실 확인을 위해 주유소로 달려갔다. 영수증 내역, 주유소 폐쇄회로(CC)TV를 통해 차량에 맞는 기름(경유)이 제대로 주유된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서비스센터에 알리며 사고 원인은 혼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센터는 혼유가 시동 꺼짐의 원인이고, 책임은 주유소와 A씨에게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씨는 한국석유관리원에 차량 잔량시료 검사를 의뢰했다. 얼마 뒤 “자동차용 경유가 맞다”는 결과를 받았다. A씨는 3일 ‘보배드림’에 올린 글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당장 현대차가 사과 및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6일에도 글을 올려 현대차 관계자와 만나 사고 보상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타협점을 도출하지 못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측은 여전히 ‘혼유 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의 차량에서 경유 성분이 100%가 아닌 52%밖에 검출되지 않았다는 자체 조사 결과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홍보팀 관계자는 7일 “아무래도 서로의 입장이 있다 보니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석유관리원에 재조사를 요청하고, 고객은 고객 별도로 다시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석유관리원은 무상, 유상 두 가지 (시료) 분석 방법이 있는데 고객이 의뢰한 것은 무상이라서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분석 결과를 받아야 환불, 교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다시 고객을 만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의 사연을 올리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현대차가 결함을 못 밝혀 소비자 과실로 덮어씌우려는 속셈인 것 같다”며 “대기업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에 부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9일 게시된 해당 청원은 7일 오후까지 7,600여명이 동의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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