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리적 위치 특성상
중 일 먼저 부딪혀 세력 약해지고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확장 땐
대기 상층서 태풍 튕겨내는 역할
제21호 태풍 제비가 일본 남서부 지역을 상륙한 4일 고치(高知)현 아키(安藝)시의 항구 앞바다에서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2 대 18. 2015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한국과 일본에 각각 영향을 미친 태풍의 숫자다. 올해만 봐도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은 제19호 ‘솔릭’ 하나였다. 반면 최근 일본에 큰 피해를 남긴 제21호 태풍 ‘제비’를 비롯해 우리나라를 비켜간 제12호 ‘종다리’, 제15호 ‘리피’, 제20호 ‘시마론’은 모두 일본을 관통했다. 인접해 있음에도 이처럼 태풍이 한반도를 비켜가는 반면 일본은 관통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이 꼽는 근본적 이유는 두 나라의 지리적 위치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접근하기 전 태풍이 이미 중국과 일본 대륙에 부딪히면서 세력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예보팀장은 “태풍이 중국으로 향할 경우 대륙에 부딪히면서 세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주게 되는 반면 일본은 태풍이 방향을 꺾는 위치에 노출돼 있어서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데, 우리나라는 고기압의 확장과 수축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달라지지만 동서로 늘어진 일본은 확장과 수축 모두에 영향을 받게 된다. 제주대 태풍센터장인 문일주 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일본은 동서로 길쭉하다”며 “초여름에는 태풍이 서쪽인 대만을 향하고, 8월로 넘어오면 동쪽으로 치우치면서 일본을 향하기 때문에 그 중간으로 태풍이 지나갈 때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한반도 서쪽 티베트 고원에서 발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티베트고기압도 우리나라에는 우군으로 작용한다. 올해는 특히 이 티베트고기압이 크게 확장해 중국 대륙에서 발생한 열적 고기압과 합쳐져 한반도를 덮는 ‘솥뚜껑‘ 역할을 하며 제14호 야기, 제15호 리피 등을 튕겨내는 역할을 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티베트고기압처럼 대기 상층에서 태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고기압은 없다.

북반구의 경우 태풍의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이 위험반원인 점도 일본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태풍이 북상해 편서풍대에 들면 진행방향 오른쪽 바람이 강해지고, 왼쪽 바람은 약해지는 특성이 있는데 동서로 뻗어있는 일본은 북태평양 고기압을 따라 올라오는 태풍의 오른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중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태풍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강남영 팀장은 “우리나라에 이미 찬 공기가 내려와 있어 태풍 올라오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세력이 약해지면 태풍이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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