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10년, 끝나지 않은 위기] <중> 10년 유동성 파티가 남긴 후유증

거품자산 붕괴 우려 확산

美 주택가격 지수도 53% 상승

10년간 지구촌 富 27%나 늘어

성장 잠재력ㆍ생산성 증가세 둔화

경제 환경 바뀌며 대폭락 걱정

[저작권 한국일보]세계 주식 자산 규모, 세계 금융 자산 규모, 전 세계 부의 가치_김경진기자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가 10년이 지났지만 또 다시 형성되고 있는 거대한 자산 거품이 제2의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쏟아 넣은 풍부한 유동성이 또 다른 거품(버블)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은 경기 부양책에 매달렸다.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는 양적완화(QE) 조치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됐다. 기준금리의 경우 미국은 제로금리를, 유럽과 일본은 마이너스까지 떨어뜨리면서 돈을 은행 금고 속에 끄집어 냈다. 유례 없는 부양 조치로 풀린 돈은 전 세계 부동산과 주식 등에 투입됐고 덕분에 자산의 명목상 가치는 훌쩍 커졌다.

지난 10년 세계 주식 시장은 놀라운 활황세를 보여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전 세계 주식 자산 규모는 79조9,000억달러나 됐다. 금융위기 여파로 주가가 곤두박질쳤던 2009년 3월 25조5,000억달러보다 3배 넘게 증가한 규모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2009년 3월13일 6,547.05까지 떨어졌다 이후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면서 올 1월26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2만6,616.71까지 치솟았다. 10년 사이 4배 넘는 상승이다. S&P500지수는 670대에서 2,900대까지, 나스닥지수도 1,200대에서 8,100선까지 대폭 상승했다. 일본도 2009년 1분기 7,000선에 머물렀던 닛케이지수가 현재 2만2,500선으로, 영국도 비슷한 시기 3,500선이던 FTSE 100 지수가 7,400선까지 뛰어올랐다.

주식 가치가 뛰면서 채권과 예적금을 포함한 금융자산 규모도 불어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금융자산은 2016년 166조5,000억달러(약 18경7,146조원)에서 2021년 223조1,000억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 전 세계 금융자산은 48조6,000억달러였다.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부동산 자산도 지난 10년 동안 몸집을 크게 키웠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쉴러 지수는 이미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넘어섰다. 미국 전체 주택가격은 2006년 7월에 184.6으로 고점을 찍은 후 급락하기 시작해 2012년 2월에 134.0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빠르게 상승해 지난 6월말 기준 204.5를 기록하고 있다. 저점 대비 무려 52.6%나 상승한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부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 2017)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부의 가치는 280조달러(31경3,200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6.4%,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대비 27% 증가한 것이다. 주식ㆍ채권ㆍ예적금 등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수치다. 전 세계 자산에 거품이 끼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산 거품이 곧바로 위기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내 가구의 총부채상환비율은 2007년 130%에서 현재 100% 안팎으로 줄었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금융위기 이후 10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도드-프랭크법 등 다양한 금융안정 규제가 수립되면서 위기 재발 방지책이 마련됐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급격한 자산 증가는 새로운 경제ㆍ금융 환경 속에서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 또한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 잠재력과 생산성 증가세 둔화는 위기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JP모건은 “지난 10년간 글로벌 잠재성장률은 0.3%포인트 떨어진 2.7%까지 낮아졌다”며 “특히 신흥국은 같은 기간 1.6%포인트가 하락했는데 이러한 하락이 (세계 경제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힐 지는 저평가돼 있다”고 우려했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한 자동 주식 매매 시스템이 잠재적 리스크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수석 연구원은 “알고리즘 매매는 주가가 2%만 떨어져도 자동으로 주식을 매도하도록 설계돼 있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전 세계 펀드 자산의 3분의 2가 이런 알고리즘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하루 거래량의 90%가 자동으로 거래되고 있어 갑작스럽게 주가가 급락할 경우 위기를 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22세 나이에 2008년 미국 주택 버블을 경고하면서 이름을 알린 경제 분석가 제시 콜롬보는 포브스에 “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는 경기 호황에 따른 것이 아닌 극도로 인위적인 힘이 끌어올린 거품”이라며 “이 거품이 터지면 재앙은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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