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구약성서 욥기의 주인공 욥은 이를 테면 ‘종교적 의리’의 상징이다. 자녀 10명과 재산을 하루 만에 모조리 잃고도 하나님을 배신하지 않았다. 하나님을 한 번 만나더니, 오히려 믿음이 부족했음을 회개하며 무릎 꿇었다. 하나님은 행복을 되찾아주는 것으로 보상했다. 아이 셋의 아버지인 이기호(46) 작가는 아버지인 욥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쓴 소설이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욥기 43장’이다. 원래 42장인 욥기를 비틀었다.

목양면이라는 마을 작은 교회의 장로 최근직이 현대판 욥이다. 그는 오래전 열차 사고로 아내와 아이 셋을 떠나보냈다. 자살하려는 순간 하나님의 목소리가 나타났다. 하나님의 뜻대로 다시 살기로 한 그는 다시 결혼해 다시 아들을 얻었다. 교회를 세우고 “하나님이 보낸 선물, 고통 속에서도 순종하고 참회한 자에게 내려진 은총” 삼은 아들을 담임목사로 키웠다. 하나님이 그새 더 가혹해진 걸까. 교회에 불이 나 목사 아들마저 죽고 만다. 동네 주민을 비롯한 12명의 경찰 조사 진술을 따라가며 화재 원인을 추적하는 게 소설의 ‘표면적’ 얼개다.

불이 왜 났는지, 누가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작가는 최근직의 마음을 캔다. 성경 속 욥의 고난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시험이다.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욥기 23장 10절)는 약속이다. 최근직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말해 보소서. 이것이 주의 뜻입니까? (…) 고통에 무슨 뜻이 있다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실은 그 모든 게 하나님의 뜻이 아니어서다. 10번째 진술자로 등장하는 하나님은 고백한다. 최근직에게 시련을 내린 적 없단다. “그것을 내가 만든 것 같더냐? 내가 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느니라.” 교회에 불이 난 것도 모르는 일이란다. “모른다! 나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한가한 이가 아니니라.”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욥기 43장
이기호 지음
현대문학 발행∙172쪽∙1만1,200원

하나님은 그래도 하나님이다. 정말 중요한 한 가지를 알려 준다. “(최근직은) 이미 살려고 했던 사람이니라.” 아내, 아이 셋을 따라 죽을 생각이 없었다는 거다. 그가 들었다는 하나님의 목소리는 “고통을, 모욕을 잊으려” 둘러댄 것이거나, 들었다고 착각한 것일 뿐. 도의적으로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목사 아들 출생의 비밀도 밝혀진다.

그래서, 최근직은 우스운 사람일까. 그는 살아남을 이유가 필요했을 뿐이다. 고통의 이유를 찾는 것보다 그쪽이 훨씬 인간적이다. 어쨌든 고난에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지 않을 수 있다면 “하나님께 징계받는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욥기 5장 17절)라 믿으면 또 어떤가. 이 모든 이야기를 이 작가는 특유의 발랄한 입담으로 풀어낸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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