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남동쪽 68km서 규모 6.7 지진
295만 가구 정전, 신치토세공항 올스톱
6일 새벽 진도 7의 강진이 발생한 일본 홋카이도 남부 아쓰마초에 산사태가 발생해 가옥들이 흙과 나무 더미에 깔려 있다. 삿포로=AFP 연합뉴스
6일 새벽 일본 홋카이도에서 발생한 규모 6.7의 지진으로, 삿포로 시내 도로가 파손됐다. 삿포로=AP 뉴시스

제21호 태풍 ‘제비’가 할퀴고 간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발생한 강진으로 일본 열도가 불안에 떨고 있다. 6일 새벽 홋카이도(北海道) 남부를 강타한 규모 6.7 강진으로 도내 전역 295만 가구의 정전이 발생했고 삿포로(札幌)의 관문인 신치토세(新千歳)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며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지난 4일 태풍에 따른 침수 등으로 오사카(大阪) 간사이(関西)공항에서 5,000여명이 고립된 바 있다.

이날 지진은 오전 3시8분쯤 삿포로시 남동쪽 약 68㎞ 떨어진 이부리(胆振)지방 동부에서 발생했다. 이와 가까운 아쓰마초(厚真町)과 아비라초(安平町)에선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가옥을 덮쳐 피해가 컸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아쓰마초에 사는 89세 남성은 “자고 있는데 갑자기 집이 위아래로 흔들려 깜짝 놀랐다”며 “밖으로 나왔더니 어젯밤까지 멀쩡했던 옆집이 산사태로 집 앞 도로까지 밀려나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쓰마초에서 일본 자체 진도등급(JMA) 기준 ‘진도 7’의 진동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홋카이도에서 진도 7의 지진이 관측된 것은 처음이다. 4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2016년 구마모토(熊本) 지진은 진도 6강(强)이었다. 진도 7이면 집과 도로가 파손되고 땅이 갈라지며 솟아 올라 사람이 움직이는 게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수정 메르칼리 진도등급(MMI)으로는 진도 11~12에 해당한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을 ‘홋카이도 이부리 동부 지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사상 초유의 강진으로 홋카이도에선 심폐정지 포함 사망자11명, 실종 32명, 부상자 300여명이 발생했다고 NHK 등이 전했다.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인명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8일부터 홋카이도에 비가 예보되면서 토사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향후 1주일 간 진도 7 수준의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홋카이도에선 진도 1~4 규모의 여진이 64회 이어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196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인 삿포로를 포함해 도내 전역이 정전됐고 주민들은 새벽부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새벽 강진으로 잠이 깬 주민들은 정전으로 TV를 통해 지진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고, 전화 연결이 잘 이뤄지지 않는 곳도 있었다. 오도리거리의 삿포로TV 타워와 유흥가 스스기노(すすきの)거리의 네온사인도 일제히 꺼져 주변이 암흑으로 변했다. 신호등이 꺼지면서 경찰관이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하는 등 출근길에도 혼란이 이어졌다. 도내 모든 공립학교에 휴교 조치가 내려졌다. 도내 병원 349곳이 정전됐으며 이 중 33곳의 재해거점병원은 자체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해 중환자만 치료했다. 지면이 함몰되거나 주택들이 파손되는 피해도 잇따랐다.

대규모 정전과 3만여 가구의 단수로 시민들이 인근 편의점에 몰려들면서 식료품이 매진되기도 했다. 대형상점에는 오전부터 건전지와 휴대전화용 보조 배터리, 라디오, 기저귀 등을 구입하려는 손님들로 붐볐고, 정전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상점도 속출했다. 오후 들어서야 삿포로, 아사히가와(旭川) 등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공급이 재개됐으나 전력이 충분치 않아 많은 지역이 여전히 정전 상태다. 삿포로시는 일부 지역의 정전과 단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야간 외출 시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신치토세 공항은 정전뿐 아니라 청사 내 천정 일부가 파손되면서 이날 예정된 200여편 항공기 운행이 모두 취소됐다. 홋카이도와 혼슈(本州)섬을 잇는 홋카이도신칸센(新幹線)을 포함해 도내 철도 운행도 중단됐다.

도내 전역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것은 도마토아쓰마(苫東厚真) 화력발전소(165만㎾급)의 가동이 정지된 데 따른 것이다. 도마토아쓰마 발전소의 4호기 발전용 터빈에 화재가 발생했고, 1, 2호기 보일러에도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홋카이도에 필요한 전력의 절반을 담당한 발전소에서 전력공급이 중단되자,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는 주파수가 급격히 떨어졌고 홋카이도 내 시리우치(知內), 다테(伊達), 나이에(奈井江)화력발전소가 연쇄적으로 정지했다. 홋카이도전력은 수력발전소 등을 가동해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할 계획이지만 송전선 등의 피해상황에 따라 완전한 복구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장관은 “홋카이도 전역에 전기 공급이 정상화하는 데 최소 1주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인은 1명의 여행객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삿포로 총영사관은 오도리 고등학교와 와꾸와꾸 홀리데이홀 2곳에 임시 체류소를 설치해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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