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서울도서관장
“도서 대출 비중은 낮아졌지만
사회 공론장으로 바뀌고 있어
권역별 5곳에 분관 설립 계획
전시ㆍ공연 문화공간도 만들 것”
6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만난 이정수 관장은 “도서관은 새로운 문화 공간이자 도심 속 쉽터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도서관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에요. 이전엔 책을 빌리고 공부하는 장소였다면, 요즘은 독서 동아리를 하고 인문학 강의를 듣는 사회의 공론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기우로 해석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아날로그 방식의 도서관에 대한 세간의 우려와는 온도 차이가 분명했다. 오히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맞춤형 공간으로 탈바꿈한 도서관은 도심 속 새로운 쉼터로 자리잡았다는 게 그의 현실적인 판단이다. 6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만난 이정수(54) 서울도서관장의 진단은 그랬다. 지난해 1월에 취임한 그는 현재까지 20개월 동안 서울도서관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 관장은 갈수록 독서율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서관에 대한 의미를 묻자 “반대로 도서관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종이책의 관외 대출이 낮아지고 있다는 통계만을 보고 ‘도서관 이용률이 떨어진다’거나 ‘도서관의 미래가 어둡다’는 단정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실제 서울도서관의 경우, 지식을 습득하는 정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트렌드에 부합한 기획 전시와 강의 주최 등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소개했다. 혼밥 혼술 욜로 소확행을 주제로 삶의 방식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했고, 남북정상회담이나 평창동계올림픽 등의 국민적인 이슈가 있을 땐 ‘월북 예술인’과 ‘스포츠’를 테마로 한 도서 전시회 및 강의를 진행했다.

상황에 따른 이슈를 다루는 과정에선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도 튀어 나온다. 지난 3월, 서울도서관 2층에 있던 고은 시인의 ‘만인의 방’이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철거된 게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사실 그냥 둘까도 생각했어요. 전북 고창에 있는 서정주 시인의 ‘미당시문학관’에 가면 그가 전두환 정권 때 썼던 일종의 용비어천가가 전시돼 있어요. 그 사람의 ‘흑역사’도 기록하고 있는 거죠. 같은 맥락에서 ‘이런 면도 고은이란 사람의 역사라면 그냥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도 했고 ‘사람과 문학은 별개로 보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잠시만 폐쇄할까’라는 고민이 이어졌죠. 그러던 중 사태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졌어요. 만인의 방은 만인보에서 드러난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공유하겠다는 취지였는데 논란이 일자 그 의미가 사라졌죠.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시인의 자택을 찾아가 어렵게 설득한 끝에 선보인 전시장이 문을 닫아야 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다양성이란 공공도서관의 가치 극대화 실험은 이어졌다. 이 관장은 “입양가정 조손가정 장애인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기 위해 진행됐던 기획 역시 변화된 공공도서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서울시에서 최근 발표한 ‘제2차 도서관 발전종합계획’에도 이 관장의 이런 신념은 그대로 스며들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시는 권역별 5곳에 서울도서관 분관을 설립하고, 2022년까지 도서관 방문객 1인당 장서구입비를 2,000원(현재 1,274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도서관 내 전시, 공연이 가능한 문화 공간을 만드는 방안도 마련했다.

이 관장은 “작은도서관이나 구립도서관이 독서 습관을 기르는 곳, 동네 사랑방과 같은 장소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한다면 서울도서관이나 분관에선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독서 동아리 활동이나 인문학 강의를 지원하는 종합 서비스를 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도서관의 양적 확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피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