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영화 ‘체실 비치에서’ OST 작업
[저작권 한국일보]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김혜윤 인턴기자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고별 연주를 마친 에니스모어 4중주단은 청중들의 기립박수를 받는다. 바이올리니스트인 플로렌스는 모차르트의 현악5중주 5번을 연주하던 중 객석에 앉아 있는 에드워드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30여년 전 헤어졌던 두 사람이 연주자와 관객으로 재회한 순간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선율은 이 장면을 숨죽이고 지켜보게 만든다. 이달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체실 비치에서’의 감정선은 음악으로 더욱 섬세하게 전달된다.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가 아님에도 바흐, 슈베르트, 베토벤 등 클래식과 음악감독 댄 존스가 작곡한 음악이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 실제 바이올리니스트인 에스더 유(24)가 영화에 삽입된 모든 바이올린 곡을 연주해 깊이를 더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에스더 유는 2014년 영국방송협회(BBC)가 선정한 신세대 예술인에 포함되는 등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연주자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 최연소 입상(2010),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최연소 입상(2011) 등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10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내한 공연도 앞두고 있는 에스더 유를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났다.

세계적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을 맺고 클래식 음반을 세 번이나 녹음했지만, 영화 음악 녹음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에스더 유는 “클래식 음악은 제가 하고 싶은 연주를 생각하고 준비해 가는데, 영화 음악은 장면과 어울리는 음악과 감정이 더 중요하니까 녹음하는 방법이 굉장히 달랐다”며 “영화를 보면서 녹음한다는 점도 특이했다”고 말했다.

‘체실 비치에서’의 여자 주인공인 플로렌스가 바이올리니스트로 등장하기 때문에 영화 음악 참여에 선뜻 응했다. “배우들 나이가 20대이기 때문에 감독님이 바이올린 연주자도 비슷한 나이라면 감정을 표현하기 더 좋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체실 비치에서’는 영국 유명 작가 이언 매큐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신혼여행지인 체실 비치에서 결혼 6시간 만에 헤어지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어셔 로넌, 빌리 하울 등 젊은 배우가 출연한다. 에스더 유는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정독한 뒤, 영화 영상도 수 차례 돌려봤다고 했다.

그는 영화 OST 중 26번 트랙인 ‘Chloe’를 가장 좋은 곡으로 꼽았다. 댄 존스가 작곡한 곡이다. “음악만 좋은 게 아니라 영화 속 장면과 너무 잘 어울려서 인상 깊었다”는 이유에서다. 곡의 제목은 영화 속 중년이 된 에드워드가 운영하는 레코드 가게에 엄마의 생일 선물을 사러 온 소녀 이름이다. 클로에가 플로렌스의 딸임을 직감한 에드워드의 떨리는 목소리 뒤에도 바이올린 선율이 흐른다.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연주자가 되는 것이 에스더 유의 목표다. “무대 위에서 연주되는 클래식 음악 외에도 다양한 장소에서, 영화 음악 같은 또 다른 장르에서, 다양한 플랫폼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어요.”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치머의 음악도 찾아 듣지만, 에스더 유는 클래식 연주자다.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앨범에 수록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했는데 이 곡을 내한 공연에서 연주하게 돼 큰 설렘을 느낀다. 그는 “한국에서 한 번도 연주한 적 없는 차이콥스키를 녹음도 함께 했던 오케스트라와 같이 연주할 수 있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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