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재개 돌파구 열리나

“종전선언, 주한미군과 관련없다”
美 협상파의 부담 줄여주기도
“핵실험장 폐쇄 조치 등 평가 인색”
美 상응조치 부족 섭섭함 토로도
달라진 北 태도에 리스크는 감소
남북ㆍ한미 정상회담서 구체 윤곽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특사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이 5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 방북으로 교착 상태에 있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새 전기를 맞게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 말까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한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방북 결과를 전해들은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게 “변함 없는 신뢰를 보여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북미 간 대화 재개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6일 김 위원장의 공식 메시지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조선반도(한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며 의지다. 조선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북과 남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5일 정 실장 면담에선 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먼저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실천해왔는데 이런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며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엔진실험장 폐쇄 조치를 거론했다. 정 실장은 “매우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이런 조치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조금 인색한 데 대한 어려움을 (김 위원장이) 토로했다”고 전했다.

3월 1차 특사단 방북, 4ㆍ27 남북 정상회담, 6ㆍ12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실질적 조치까지 취했는데도 미국은 북한 체제보장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데 대한 김 위원장의 섭섭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구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내 신뢰는 변함이 없다. 최근 조미(북미) 간 협상에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나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내 참모는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정 실장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비핵화 선물을 주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도 자신의 진정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6ㆍ25전쟁 종전선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 한 발언도 눈에 띈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 우리나라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우려, 즉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약화된다. 또는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것들은 종전선언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북한 핵시설 목록 제공 등 비핵화 신고 절차와 종전선언을 바꾸는 문제는 북미 간 첨예한 쟁점이었다. 그동안 북한이 대내 매체를 통해 ‘종전선언은 한갓 정치적인 선언에 불과한 것’이라고 밝혀오긴 했으나, 김 위원장이 직접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분리해 미국 협상파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무엇이든 김 위원장이 이전과 확 달라진 태도를 취함으로써 일단 북미는 물론 남북 간 점증했던 리스크가 상당 부분 감소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9월 18~20일 남북 정상회담, 9월 말 유엔 총회 기간 한미 정상회담을 거쳐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뤄진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은 한고비를 넘게 된다. 우리 정부로선 연내 남ㆍ북ㆍ미ㆍ중 4국이 종전선언을 채택하고, 북한이 비핵화에 착수하며, 남북이 경제협력에 착수하는 시나리오가 최선이다. 정 실장은 “앞으로 남과 북은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 나감으로써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에서 보다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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