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태영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고서점ㆍ소장가 통해 재판ㆍ3판 입수

함태영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연구사가 6일 인천 중구 한국근대문학관 사무실에서 백범 김구 선생 백범일지 친필 서명본을 조심스럽게 들고 있다.

“내년 3ㆍ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꼭 찾고 싶었습니다.”

함태영(43)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연구사는 지난 1년간 고(古) 서점을 뒤지고 유명 책 수집가와 소장가들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바삐 돌아다녔다. 백범 김구 선생 친필 서명이 있는 백범일지를 찾기 위해서였다.

백범일지 친필 서명본은 두 권을 소장한 곳이 전국에서 백범기념관이 유일할 정도로 희귀한데, 함 학예연구사는 최근 두 권을 한꺼번에 입수했다.

그는 6일 “고서 업자와 책 수집가, 소장가들을 만나 친필 서명본을 찾거나 관련 정보를 듣게 되면 연락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니는 게 일이었다”라며 “그러던 중 한 소장가가 친필 서명본 한 권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

책은 찾았지만 소장가를 설득해 기탁을 받는 더 큰 일이 남아 있었다.

함 학예연구사는 “‘친필 서명본은 공공재다’ ‘집에 두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의미가 있지 않느냐’라고 소장가를 설득하는 데 1년이 걸렸다”라며 “결국 기탁자 이름을 밝히지 않고 활용권은 한국근대문학관이 갖되 소유권은 소장가에게 남기는 조건으로 기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필 서명본 한 권은 오랫동안 교류해 온 대구의 고 서점을 통해 입수했다.

소장가에게 기탁받은 친필 서명본은 주계동에게, 대구 고 서점을 통해 찾아낸 친필 서명본은 1919년 만주에서 결성된 독립운동단체인 대한독립단 단원으로 알려진 김기한에게 준 것으로 확인됐다. 친필 서명본이 전달된 시기는 두 권 다 1949년이었으나 책에 쓰여진 시기는 각각 ‘기축 2월(주계동 증정)’, ‘대한민국 31년 3월(김기한 증정)’으로 다르게 쓰여 있었다. 호칭도 ‘주계동 선생’과 ‘김기한 군’으로 각각 달랐다.

함 학예연구사는 “당시 74세인 백범 김구 선생이 ‘선생’이라고 적은 것을 보면 주계동이라는 인물은 연배가 더 높고 중요한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자세한 것은 현재 역사학계를 통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백범 김구 선생 친필 서명이 있는 백범일지 주계동 증정본. 한국근대문학관 제공

1929년과 1943년 각각 상ㆍ하권이 집필된 ‘백범일지’ 친필 원본은 보물 1245호로 지정돼 있다. 1947년 12월 초판이 발행된 백범일지는 발행 1년 만에 3판을 찍었을 정도로 많이 읽혔다. 한국근대문학관은 초판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번에 입수한 김기한 증정본과 주계동 증정본이 각각 재판과 3판이어서 백범일지 모든 판본을 소장한 유일한 곳이 됐다.

그는 “이번에 입수한 친필 서명본 두 권은 백범의 인간관계는 물론 독립운동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글ㆍ사진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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