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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대형 사고 원인은 다단계 하청” 사망 80%가 하청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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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대형 사고 원인은 다단계 하청” 사망 80%가 하청노동자

입력
2018.09.06 16:21
수정
2018.09.06 19:4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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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폭발 사고 다각도 분석

“안전 교육 제대로 안돼 사고 빈번

다단계 재하도급 제한” 정부 건의

지난 10년 동안 조선업 대형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10명 중 8명이 하청업체 소속으로 드러났다. 조선업 중대 산업재해 대책 마련을 위해 민간 전문가를 주축으로 출범한 국민참여조사위원회는 6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최종보고서에서 “조선업의 중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다단계 하도급에 대한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지난해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삼성중공업(크레인 충돌)과 STX조선해양(폭발)의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사업장 자료 및 노사 관계자, 현장 근로자에 대한 심층 면접, 공청회 등을 통해 6개월간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위원회는 조사 결과 두 사고의 직간접적 원인을 제공한 것은 생산부서의 납기 재촉과 원ㆍ하청의 다단계 구조 등에 따른 무리한 작업진행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단계 하도급이 늘어날수록 기존 산업안전보건시스템이 무력화되거나 의사소통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해 재해발생 위험이 증가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는 원청 사업주가 하청업체가 운영하는 지브형크레인을 설치하면서 골리앗 크레인과의 충돌 위험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서 일어났다. 또 지브형크레인 운영 외주화로 원청 크레인 운전원과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던 점도 충돌사고의 원인이 됐다.

원청 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숙련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비정규직과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다수 일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STX조선해양의 최근 3년간 업무상 사망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사망자 전원이 하청 근로자로 근무 경력이 짧은 특징을 보였다. 2015년과 2016년 일어난 3건의 사망사고의 희생자들이 모두 경력 1~2년의 미숙련 노동자였다. 위원회는 “다단계 원ㆍ하청 고용관계 구조에서는 체계적인 교육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조선소의 물량이 증가하며 다단계 하도급 근로자가 늘어났지만 상당수는 안전관련 교육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위원회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도 꼬집었다. 위원회의 조사 결과 조선업 재해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은 주로 과태료 부과에 그쳤다. 지난 5년 동안 정부의 과태료 처분은 2,006건, 전체 금액은 25억2,000만원이었다. 이는 1건당 126만 원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조선업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하청 근로자에 집중되어 있었다. 지난 2007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조선업에서 발생한 업무상사고 사망자수는 총 324명으로 원청근로자는 66명인데 비해 하청 근로자는 257명으로 원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청노동자 사망자 수의 비중이 79.3%에 달한다.

위원회는 이에 “다단계 재하도급을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해야한다”고 정부에 조언했다. 또 무리한 공정 진행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해진 일정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공정진행은 장시간 근로를 유발하고, 크레인 충돌사고를 부른 ‘혼재 작업’과 업체나 작업자 간 소통부재를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위원회는 “산업안전은 계약 당사자 간의 권리와 의무의 차원에서 벗어나 산업재해의 위험을 지배ㆍ관리하는 주체를 찾아 책임과 의무를 부담시켜야 한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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