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최고요의 생활의 발견] 매일 치우고 버리는 집안 곳곳 잡동사니 때론 멋진 소품 변신

입력
2018.09.08 04:40
14면
0 0

 <10> 잡동사니에 대한 고찰 

동그란 원목테이블에 놓인 잡동사니는 때때로 훌륭한 장식품이 됩니다. 최고요 제공
동그란 원목테이블에 놓인 잡동사니는 때때로 훌륭한 장식품이 됩니다. 최고요 제공

잡동사니라고 불리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집 안 어디에서나 보이지만 내가 이 물건을 소유했다는 사실이 대수롭지 않은 자잘한 것들. 필요에 의해 급하게 산 펜이나 샤프, 누군가가 갑자기 준 메모지 한 묶음, 주방에 잔뜩 있지만 또 얻어오게 된 ‘누구누구의 무슨 날’ 같은 글귀가 쓰인 머그잔,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자그마한 장식품들과 외국 동전까지. 이 잡동사니들은 서재, 침실, 욕실, 주방의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죠.

아침에 일어나면 집 정리를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원래 있던 습관은 아니고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만들고 연습한 것인데, 생각해보면 이 아침의 집 정리는 대부분 잡동사니에 대한 것입니다. 우선 눈을 뜨면 침대 옆 작은 테이블 위의 머그잔과 티스푼 같은 것들을 설거지통에 넣습니다. 이불 위에 굴러다니는 고양이 장난감을 침대 아래 서랍에 넣고, 거실로 나가 테이블 위에 놓인 영수증과 고지서 중 필요 없는 것들을 폐기합니다. 동전 지갑이 없어 가방에 담아 온 동전들은 신발장 위에 놓인 동전 모으는 하얀 상자에 넣고 어젯밤 향을 피우느라 꺼내어둔 성냥, 라이터, 새로 뜯은 인센스 스틱을 모두 제자리로 옮기고 버릴 것들을 버립니다. 자연스레 밖으로 나와 있어야 할 것들과 어딘가에 수납되어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엄마가 집에 다녀가신 다음 날 아침 거실에 놓여 있던 메모지에 써 있던 엄마의 편지는 액자에 끼워져 몇 년째 집 현관에 놓여 있습니다. 유학 시절 기념품 가게에서 산 달마도사 모형도 늘 현관 쪽, 매일 뿌리는 향수와 디퓨져와 함께 놓여 있죠.

집에 놀러 온 지인들로부터 집이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우리 집 별거 없는데, 라고 말하는 저에게 너에게는 근사한 소품이 많고 멋진 가구가 많지 않냐고 합니다. 저희 집에는 친구가 선물해준 동그란 원목 테이블 외에는 특별히 값나가는 가구도, 고가의 장식품도 없습니다. 그저 아침마다 이 집에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을 구분하고 잡동사니에 대해 매일 생각할 뿐입니다. 어디에서 왜 가져 오게 (혹은 구매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요. 적당한 양의 잡동사니가 적당한 장소에 수납되어 있고 어떤 잡동사니는 가장 중요한 장식품이 되는 집. 지금 집의 그런 상태를 좋아합니다.

공간디렉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