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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천주교 '산파' 파리외방전교회 사무총장 홍세안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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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천주교 '산파' 파리외방전교회 사무총장 홍세안 신부

입력
2018.09.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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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년 사제되며 한국행…수십년 외국인노동자 애환 돌본 '푸른눈의 해결사' 

 5년 전 귀국해 파리외방전교회 사무총장 맡아…"현장이 그리워요" 

지난 2일(현지시간) 인터뷰하는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사무총장 홍세안(72·미셸 롱상) 신부. 프랑스인인 홍 신부는 1974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가 수십년간 외국인 노동자 사목 등의 분야에서 활동했다. 2013년 귀국한 그는 현재 파리외방전교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인터뷰하는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사무총장 홍세안(72·미셸 롱상) 신부. 프랑스인인 홍 신부는 1974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가 수십년간 외국인 노동자 사목 등의 분야에서 활동했다. 2013년 귀국한 그는 현재 파리외방전교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연합뉴스

100년도 훨씬 전 혼돈의 조선 땅에 천주교를 처음 전파한 이들은 프랑스의 선교조직 파리외방전교회(Missions Etrangeres de Paris)가 보낸 신부들이었다.

이 선교회의 본부에서 전 세계 가톨릭 선교의 행정과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신부는 한국 이름을 가진 푸른 눈의 사제 홍세안(72) 신부다.

원래 이름이 '미셸 롱상'(Michel Roncin)인 홍 신부는 한국에서는 페루, 에콰도르 등 중남미 출신 외국인노동자들 사이에서 '해결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2013년 모국인 프랑스로 돌아오기 전까지 서울 성북구 보문노동사목회관을 지켰던 그는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고강도의 노동에 시달리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떼인 임금을 받아주거나, 아플 때면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를 받게 하고, 분쟁이 생겼을 때는 악덕 업주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는 등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언제나 든든한 존재였다.

1974년 파리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간 홍 신부는 1992년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톨릭노동장년회 국제지도 신부로 8년간 일한 것을 제외하고는 성직자의 삶 거의 전부를 한국에서 지냈다. 브뤼셀 임기를 마친 2001년에도 한국에 다시 자원해 들어갔다.

"내가 할 줄 아는 게 한국말이었으니까요."

서울의 노동현장을 누비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애환을 돌보던 그는 2013년 소속단체인 파리외방전교회의 부름을 받고 프랑스로 돌아와 2016년 9월부터 전교회 사무총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2006년 서울 보문동 천주교노동사목위원회 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서 활동할 당시의 홍세안 신부(가운데). 연합뉴스
2006년 서울 보문동 천주교노동사목위원회 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서 활동할 당시의 홍세안 신부(가운데). 연합뉴스

1658년 교황청 직속으로 설립된 유서 깊은 가톨릭 선교 조직인 파리외방전교회의 설립 360주년을 맞아 지난 2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본부에서 홍 신부를 만났다.

전교회의 행정과 사무를 총괄하는 홍 신부는 편안한 티셔츠 차림에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며 살림살이를 챙기고 있었다.

사무총장 일이 답답하진 않으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지만, 인터뷰 말미에 다시 한 번 묻자 "답답한 거 조금 있어요. 한국에 계속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현장에 있을 때가 재미도 있고 좋았지요"라며 천진한 표정으로 웃었다.

올해 창립 360주년을 맞은 파리외방전교회에서 한국은 조선 말에 10명의 선교사가 순교하는 가운데 천주교를 처음 전파한 중요한 나라였지만, 한국 교회의 급성장으로 지금은 역할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현재도 10명의 소속 프랑스인 사제들이 한국에서 특수 사목 분야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외방전교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 사목도 염두에 두고 지속해서 한국에 사제들을 파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만난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사무총장 홍세안(72·미셸 롱상) 신부. 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만난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사무총장 홍세안(72·미셸 롱상) 신부. 연합뉴스

다음은 홍 신부와의 인터뷰.

 --올해 설립 360주년을 맞았는데, 기념행사는 했나. 

▲7월에 우리끼리 조그맣게 기념했다. 작은 세미나 같은 것도 남아 있지만 큰 행사는 아니다.

 --파리외방전교회에 대해 알아보니 한국 가톨릭의 역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한국은 파리외방전교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 나라인가. 

▲글쎄… 지금은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거의 모른다. 처음에 인터뷰 요청을 받고 놀랐다. 옛날에는 우리가 한국 교회 전체를 책임졌으니 많이 알려졌었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한국에도 주교와 신부들이 많고 우리의 역할이 줄어들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례자 요한이 그랬다. "그분(예수)은 점점 커지셔야 하고, 나는 점점 작아져야 합니다"라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역할이 작아지는 것이 맞다.

사실 지금 한국은 우리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한국 성직자들이 많고 교회도 커졌으니까. 요즘에는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인도, 마다가스카르에 집중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신부들은 어떤 일을 하나. 

▲지금 10명 정도 된다. 일반 사목은 한국 교회에 모두 넘기고 병원, 노동, 교도소 등 특수 사목을 한다. 젊은 신부는 거의 없고 대부분 연세가 있는 편이다. 북한 결핵 퇴치 운동을 하는 신부도 계시다.

 --남북 관계가 진전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북한 사목도 생각하는 바가 있지는 않은가. 

▲아직은 그렇게 생각하기 힘들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염두에 두고 한국에 계속 우리 신부들을 파견할 생각은 있다. 한국말도 꾸준히 배우게 하고.

남북 관계는 현재 좋아 보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도 된다. 과거에도 김대중 대통령 시절 관계가 좋다가 그 이후 정권이 바뀌고 변하지 않았나. 잘 알 수 없는 문제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나. 

▲지금도 여기서 교육받는 한국인 사제들이 있다. 한국에 우리가 많이 알려지지는 않지만, 한국 신자들도 꾸준히 찾는다. 나도 한국을 곧 잠시 방문한다. 옛 친구들도 만나고 우리 사제들도 격려해드리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예전에 외국인 노동자들 돕는 일로 꽤 유명하셨는데 고생도 참 많으셨겠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생이 많지 내가 고생한 것은 없다. 재미있었고, 남을 도와주는 것이 참 좋았다.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이신데 답답하지는 않으신가. 어느 일이 더 좋은가. 

▲ 비교할 수가 없다 (웃음). 나는 원래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이니까. 지금 조금 답답하기도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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