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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생생과학] 바람 쏘고 흔들어 미세먼지 털고… 스팀 샤워로 냄새ㆍ세균도 잡고

입력
2018.09.08 10: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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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팀분사, 냄새분자 거의 용해 

 바지 주름 등도 대부분 펴져 

 남은 악취 광촉매로 추가 제거 

 유해 세균도 99.9% 제거 효과 

 

 외부 필터로 방 정화 기능도 

 세탁기ㆍ냉장고ㆍ에어컨 기술 

 의류관리기에 다 집약한 셈 


‘오늘 또 회식이다. 메뉴는 회식에 빠질 수 없는 삼겹살 구이. 밤늦게까지 술과 밥을 먹어야 하는 것도 곤욕이지만 오늘 새로 입은 양복 재킷 처리가 더 고민이다. 하루밖에 안 입었다고 옷장에 걸어 놓자니 다른 옷에 냄새가 밸 거 같고, 그렇다고 다시 드라이를 맡기자니 세탁비가 아깝다.`

직장인들의 흔한 고민이다. 이런 고민 해결을 위해 국내 가전사들은 최근 앞다투어 `의류 관리기`를 출시하고 있다. 계절에 상관없이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도 의류관리기 시장이 성장하는데 큰 요인이 됐다.

의류관리기를 써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세탁한 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냄새 제거는 물론 주름진 옷을 펴주는 효과도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가전사 광고 카피처럼 세탁은 아니어도 ‘옷을 씻어 입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에 모자라지 않다는 것이다.

옷을 세탁기에 넣지도 않고 어떻게 빤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국내에 출시된 의류관리기는 작동 방식에 따라 크게 두 자기로 나뉜다. 우선 가장 먼저 관련 제품을 출시한 LG전자의 ‘트롬 스타일러’는 옷을 흔들어 틀어주는 ‘무빙 행어’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옷걸이가 1분에 최대 200회 움직이면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 옷걸이가 고속으로 진동하는 동안 물 입자 1,600분의 1 크기의 미세한 스팀이 옷에 분사된다. 이를 통해 세제 등 별도의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옷에 묻은 냄새 분자와 유해 세균이 옷에서 분리된다. 스팀 샤워를 거치면서 바지의 종아리 부분이나 상의 허리 부분 등에 생기는 생활 주름도 대부분 펴진다.

임동휘 LG전자 책임은 “의류관리기에는 세탁기의 스팀 기술, 건조기의 히트 펌프 기술, 냉장고의 온도관리 기술, 에어컨의 기류 제어 기술 등 LG 생활가전의 차별화된 기술이 모두 집약돼 있다”며 “의류관리기를 활용하면 옷에 묻은 미세먼지와 집먼지진드기는 물론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유해 세균도 99.9% 제거된다”고 말했다.

최근 의류관리기 ‘에어드레서’를 내놓은 삼성전자는 바람으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에어분사’ 방식을 채용했다. 이 방식은 우선 바람(에어)으로 옷에 묻은 미세먼지와 냄새를 분리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옷걸이 바깥과 안에서 동시에 에어가 나와 옷의 겉감은 물론 안감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러스와 세균, 탈취를 위해서는 스팀을 활용했다. 스팀 역시 옷걸이 안과 밖에서 동시에 분사돼 겉감과 안감을 이중으로 깨끗이 할 수 있다.


바람으로 옷의 먼지를 털어내는 만큼 의류 관리기 내부 공기 정화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에어드레서’에는 별도의 집진기를 내부에 설치했다. 집진기는 미세먼지와 꽃가루 등을 걸러주는 ‘미세먼지 필터’와 광촉매를 활용한 `냄새 분해 필터`로 구성돼 있다. 냄새분해 필터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미세먼지 필터는 사용 횟수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6개월~1년 정도 사용 할 수 있고 교체 시기가 되면 자동으로 알람이 뜬다.

삼성전자 에어드레서의 악취 분해 원리
삼성전자 에어드레서의 악취 분해 원리

의류관리기 내 냄새를 제거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우선 수분입자(스팀)를 분사해 냄새분자를 용해시킨다. 물에 대한 친화력이 강한 친수성 냄새는 이 단계서 거의 소멸된다. 하지만 고기 냄새처럼 물에 잘 용해되지 않는 소수성 악취는 ‘광촉매’를 활용한 추가 제거 수단이 필요하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소수성 악취라도 세라믹(이산화티탄, TiO2)이라는 촉매를 활용하면 냄새 분자를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 할 수 있다. 세라믹은 빛을 받으면 모든 물질을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분자들이 집진기를 통과하면 먼지와 냄새는 사라지고 관리기 내부에는 깨끗한 공기만 남게 된다.

김현숙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집진 필터와 냄새분해 필터로 미세먼지는 물론 고기와 담배 등 각종 생활 냄새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며 “코스별로 분사되는 바람 세기도 달라져 의류 특성이나 소재에 따라 섬세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코웨이가 내놓은 ‘사계절 의류청정기’도 에어 분사 방식을 채택했다. 단 에어 분사 이후 전기 분해 살균시스템으로 생성된 미세한 나노 미스트(수증기)를 옷에 쐬어 옷감 손상 없이 먼지와 냄새 입자를 씻어내는 게 특징이다. 특히 이 제품은 별도 필터시스템과 제습기를 외부에 부착해 옷을 보관하는 방의 공기 질을 관리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한승준 코웨이 리빙케어팀장은 “계절이 지난 옷을 장기 보관하게 되면 습기나 먼지 등의 영향으로 옷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옷을 보관하는 주변 공간까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며 “의류관리기 하나로 옷 방 공기도 사계절 내내 쾌적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 가전사들은 의류 관리기 시장이 향후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첨단 기술 도입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제조 기술에 이어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도 의류관리기에 집약되는 양상이다. 최근 출시된 제품들은 손으로 조작할 필요 없이 음성만으로 전원을 켜거나 옷에 있는 라벨 스캔만으로 자동 관리 코스가 추천되는 기술도 탑재돼 있다. 업계는 지난해 15만대 판매됐던 의류관리기가 올해는 30만대로 두 배 이상 팔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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