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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ㅋㅋㅋ’와 ‘이모티콘’이 썸에 미치는 결정적 차이

입력
2018.09.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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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요 인터뷰] _ 인터뷰에서 ‘아니요’를 찾아보세요. 크고 작은 ‘아니요’로 자신의 오늘을 바꾼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 ‘ㅋㅋㅋ’와 웃는 이모티콘 둘 다 카톡 하면서 웃을 때 쓰는 거잖아요.”

“아니요! 썸 타는 사이에서는 호감 가는 사람에게 ‘ㅋㅋㅋ’보다 이모티콘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됐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ㅋ’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거죠.”

‘내 것 인 듯, 내 것 아닌’ 뭐 그런 마구 혼란스러운 썸 한복판일 때. 어디에서 도움을 구해야 할까. ‘느낌적 느낌’으로 판단? 친구들과 공개토론? 요즘 같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시대에는 다른 방식이 있다. 그와 나의 SNS 대화 내용을 입력하면 둘 사이의 현재 애정도가 숫자(%)로 나온다. 믿겠는가? 60억건의 SNS 메시지를 7년간 분석한 결과 제시하는 결과값이라고 한다.

연애의 감정을 ‘과학’으로 파악하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그 중 한 곳이 카카오톡 같은 SNS 메신저의 대화, 텍스트를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스타트업 ‘스캐터랩’이다. 현재 이들의 대표 앱 이름도 ‘연애의 과학’이다. 약 7년 전 20대 대학생들이 시작한 사업이다.

이 앱에서 가장 인기 많은 서비스는 ‘카톡으로 보는 속마음’. 두 사람이 주고 받은 카톡 메시지를 입력하면 이들의 애정도와 호감도, 친밀도 등이 수치로 나온다. 메시지에 찍혀 있는 쉼표 하나, 미묘하게 변하는 단어, 메시지의 길이와 횟수, 답장에 걸리는 시간. 메시지를 둘러싼 모든 것이 감정을 분석하는 단서가 된다고 한다.

<왼쪽 사진> '카톡으로 보는 속마음'에 두 사람의 카톡을 넣으면 애정도가 수치로 나온다. <오른쪽 사진> '썸' 관계인 30만 쌍의 카톡 대화 분석 결과, 호감 가는 사람에게는 'ㅋ'을 호감 없는 사람보다 11% 덜 사용한다. 호감 가는 사람에겐 'ㅋ'보다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가는 이모티콘을 많이 쓰기 때문. 연애의 과학 캡쳐
<왼쪽 사진> '카톡으로 보는 속마음'에 두 사람의 카톡을 넣으면 애정도가 수치로 나온다. <오른쪽 사진> '썸' 관계인 30만 쌍의 카톡 대화 분석 결과, 호감 가는 사람에게는 'ㅋ'을 호감 없는 사람보다 11% 덜 사용한다. 호감 가는 사람에겐 'ㅋ'보다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가는 이모티콘을 많이 쓰기 때문. 연애의 과학 캡쳐

이들의 과학에는 인문학도 섞여 있다. 사람들에게 특정 상황을 주고 행동변화를 관찰한 해외 논문의 심리학 실험 결과를 근거로 ‘사랑에 빠지는 대화법’ ‘애인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용서법’ 등을 알려준다.

혼자 끙끙 앓거나 친구를 붙잡고 하소연 했던 연애 문제에 ‘과학’과 ‘논문’을 접목시킨 이 앱은 국내 200만명, 일본에서 2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 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스캐터랩 사무실에서 김종율(30) 스캐터랩 총괄을 만났다.

스캐터랩의 휴식 공간에 앉아 있는 김종율 총괄. 그는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은 연애"라며 "외로움은 인간에게 치명적"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솔로다. 남보라 기자
스캐터랩의 휴식 공간에 앉아 있는 김종율 총괄. 그는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은 연애"라며 "외로움은 인간에게 치명적"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솔로다. 남보라 기자

 카톡 답장 시간, 이모티콘으로 보는 마음 

-연애의 과학은 어떻게 시작됐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내용과 형태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의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2011년 대학에서 조모임 과제를 할 때였다.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대화 알고리즘을 만들어 감정분석 앱인 ‘텍스트앳’과 ‘진저’를 만들었다. 두 앱을 발전시켜 2016년 연애의 과학을 내놨다.”(김종윤 대표는 김종율 총괄의 친형이다.)

-메시지는 어떻게 분석하나.

“지난 7년 동안 60억 건의 메시지를 축적했다. 기계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낸 카톡,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낸 카톡을 계속 학습시키면, 기계는 카톡 메시지만 보고도 ‘이만큼 좋아한다’고 알 수 있게 된다.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이다. 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바둑경기를 계속 학습해 스스로 바둑을 둘 수 있게 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좋아하는 사람의 메시지는 어떻게 다른가.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답장 시간이 규칙적이다. 다른 사람한테는 바쁠 때 답장을 늦게 하는 등 시간이 들쭉날쭉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상황에서도 꾸준히 답장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호감이 없는 경우에는 ‘ㅋㅋㅋ’나 ‘ㅎㅎㅎ’ 등을 쓰지만, 애정도가 높을수록 이모티콘을 많이 사용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답장 시간 차이. 연애의 과학 캡쳐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답장 시간 차이. 연애의 과학 캡쳐

 “알랭 드 보통과 곽정은, 둘 다 있는 콘텐츠” 

-콘텐츠는 어떻게 만드나.

“해외 심리학 논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 내용을 각색해서 글을 쓴다. 이용자들이 관계에 대한 통찰과 실용적인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프랑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사랑을 철학적으로 분석했다. 연애칼럼니스트 곽정은씨는 내 연인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조언을 해준다. 사람들에게는 알랭 드 보통의 ‘큰 얘기’와 곽정은씨의 ‘작고 구체적인 얘기’ 둘 다 필요하다. 우리 콘텐츠는 두 가지가 다 있다.”

-콘텐츠는 어떤 사람들이 만드나.

“스캐터랩 전체 직원 38명 중 18명이 연애의 과학을 만든다. 글 쓰는 사람 8명, 디자이너 2명, 개발자 8명이다. 글 쓰는 사람들은 문예창작학과, 사회학과 등을 전공했고, 심리학 전공자는 없다. 심리학 논문을 바탕으로 하지만 콘텐츠를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심리학 전공자가 없다는 게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광고가 없는 대신 콘텐츠를 유료화했다. 수익은 얼마나 되나.

“지난해 10억원 이상의 콘텐츠 수익이 났다. 올해는 더 높아질 것 같다. 스캐터랩은 콘텐츠를 만드는 ‘연애의 과학’팀 외에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관계형 AI ‘핑퐁’ 개발팀이 있다. 핑퐁에 대한 잠재력으로 지난 4월 엔씨소프트 등으로부터 50억원을 투자 받았다.”

-유익한 연애 정보를 알려주는 듯하다가 ‘더 궁금하면 유료 콘텐츠를 사라’로 이어지는 형식이 반복돼 피로감도 든다.

“가장 많이 듣는 평가 중 하나다. 계속 이런 식이면 안될 것 같아서 올 가을에 나오는 ‘2.0’버전에서는 콘텐츠 맨 마지막에서 항상 나오던 유료 콘텐츠 홍보 글이 사라질 것 같다. 배너나 다른 방식을 사용해 유료 콘텐츠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낚시성’ 제목,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듯한 내용에 대한 비판도 있다.

“내부에서도 제목에 대한 지적이 있어서 조정 예정이다.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문제 역시 항상 토론하고 고민하는 문제다. 하지만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예컨대 여성의 엉덩이와 허리 비율, 남성의 어깨와 몸 비율은 실제로 이성이 상대의 매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특정 비율에 가까울수록 매력이 올라간다. 이 자체를 옳거나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관계의 기본은 ‘깨지는 것’” 

-왜 연애에 집중했나.

“연애는 삶에서 매우 중요한데 무척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은 많이 고민하지 않는 것 같고, 잘못된 지식도 많다. 나도 그랬다. 운명적 사랑을 믿었는데, 사실 운명론을 믿을수록 갈등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갈등이 생기면 그냥 ‘이 사람은 내 운명이 아니다’라고 포기해 버리는 식이다. 이는 관계에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

-‘운명론’이 잘못된 것이라면 연애를 어떻게 해야 하나?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관계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귀는 게 기본, 관계가 깨지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관계는 깨지는 게 디폴트(기본 값)다. 안 깨지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앞으로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건가.

“일본 진출을 위해 콘텐츠를 일본어로 번역하고 있다. 올해 내 영어버전까지 낼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삶의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연애의 과학처럼 접근해 보려고 한다. 예컨대 ‘육아의 과학’ ‘자기 계발의 과학’ 등 사람에 대한 콘텐츠로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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