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 아파트에 산다면 누구나 겪을 법한, 사소하지만 골치 아픈 문제를 관찰해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20년 경력의 아파트 관리소장이다. 그의 손을 빌려 나왔지만, 책은 현재 아파트 각 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책은 저자가 관리소장으로 있으면서 겪은 주민들의 민원 40여개를 짤막짤막하게 소개한다. 친숙한 소재인데다,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해 쉽게 읽힌다. 아파트 민원 종합 사전 같아서 아파트에 살다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참고하면 좋겠다. 저자의 솔로몬 뺨 치는 절충안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책에는 다양한 민원이 소개된다. 흔히 있는 층간 소음 갈등은 물론이고, 아침마다 옆집에서 나는 생선 비린내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 입구와 가깝고 넓은 주차 공간을 전용 공간처럼 쓰는 주민에 대한 항의 민원, 아파트 내 헬스장에서 한 사람이 트레드밀(러닝머신)을 너무 오래 사용한다는 민원, 집 앞 나무에 달린 감을 누가 따 갔다는 민원 등등. 압권은 치킨, 피자 등 인스턴트 식품을 선호하는 임신부 아내가 이를 못마땅해하는 남편 귀가 전에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쓰레기를 베란다 밖으로 던지면서 생긴 민원이다. 별별 민원이 다 있네 싶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민원 소개에 그치고 말면 아파트 주민 인터넷 카페 게시판과 다를 바가 뭐가 있을까. 여기서 20년 경력의 관리소장 내공이 드러난다. 이웃 간 갈등 중재자로 나선 관리소장은 친절히 주민에게 옆집, 아랫집, 윗집의 사정을 얘기한다. 알아보니 옆집에서 나는 생선 비린내는 조기를 좋아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할머니가 매일 아침 조기를 굽는 정성이고, 같은 자리에 계속 주차하는 중형차 주인은 부부가 번갈아 가면서 쉴 새 없이 주차하는 노력의 산물이고, 러닝머신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주민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심취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
김미중 지음
메디치미디어 발행ㆍ280쪽ㆍ1만4,000원

상대의 속사정을 알면 듣는 이는 다소 누그러진다. 그런 다음 양쪽의 절충안을 찾는 게 저자의 해결방법이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실제로는 위와 같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만으로도 대부분의 갈등이 해결된다. 물론 저자같이 주민들의 말을 잘 듣고 해결해 주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관리소장이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관리소장의 출중한 분쟁 해결 능력을 자랑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현재 한국인의 60%(8월 통계청 자료)는 아파트에 살고, 아파트 세대 수가 1,000만 세대(7월 국토교통부 자료)에 육박하는 등 아파트 주거가 보편화한 현실에서 저자는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 주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친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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