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특종’ 우드워드, 신간 ‘공포’서 공개

#동북아 안보에 무지한 트럼프
매티스 “초등 6학년처럼 행동” 한탄
트럼프의 한미FTA 폐기 시도에
게리 콘이 문서 빼돌려서 막기도
#트럼프, 폭풍 반박 트윗
우드워드에 전화 “누가 인터뷰했냐”
책 진위 논란 등 후폭풍 예고
다음주 출간 예정인 밥 우드워드의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백악관 비화를 폭로한 책으로 4일 미 언론에 공개되면서 워싱턴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AP=연합뉴스

책 한 권으로 백악관이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이번에는 현직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낸 전설적 특종기자의 책이다. CNN,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4일(현지시간) ‘워터게이트’ 특종의 주역 밥 우드워드(75) WP 부(副) 편집인이 11일 펴낼 예정인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사본을 미리 입수해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의 수백 시간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448쪽 분량의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움과 국가안보정책에 대한 무지, 측근들에 대해 인신공격을 일삼는 행태 등 백악관 비화(秘話)를 소개하고 있다. 연초 출간된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 , 최근 나온 오마로자 매니골트 전 백악관 대외협력국장의 회고록 ‘언힌지드’(Unhingedㆍ불안정하다는 뜻)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행을 폭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가짜’로 깎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조작’이라고 맞서고 있지만,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은 권위 있는 저널리스트의 책이라는 점에서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CNN은 “우드워드의 책이 맞다면, 미국과 세계에 비상사태가 임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정은과의 말싸움은 ‘사나이 대 사나이’ 대결

미국 언론이 공개한 이 책의 사본에는 주한 미군과 북핵 등 한국과 동북아 안보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 여러 군데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리틀 로캣맨’이라고 부르는 등 거친 말싸움을 교환한 지난해 가을 동북아 안보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롭 포터 당시 백악관 선임비서관에게 이를 “지도자 대 지도자, 사나이 대 사나이, 나와 김(정은)에 관한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 사안을 개인적인 일로 치부했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1월 19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자리에서 알래스카에서 15분 걸리는 북한 미사일 발사 탐지를 7초 만에 파악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무시한 채, ‘왜 이렇게 많은 예산을 써야 하냐’고 참모들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3차 대전을 막기 위해서 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장에서 나간 뒤 매티스 장관은 측근에게 “대통령은 초등학교 5,6학년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고 이 책은 전했다.

이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도 고려했다. WP는 취임 한 달 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에게 북한에 대한 ‘예방적 타격’계획을 요청함으로써 백전노장인 던퍼드 의장을 아연실색하게 했다고 소개했다. 우드워드는 “대통령의 핵심참모들, 특히 국가안보 참모들이 대통령의 변덕스러움, 무지, 학습능력 부족, 위험한 시각을 걱정하는 게 명백해 보였다”고 적었다.

지난해 3월 사임한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를 막으려 했던 뒷얘기도 공개됐다. 한미FTA 폐기가 국가안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본 콘 위원장은 대통령 서명만 남은 한미FTA 폐기관련 문서를 대통령의 책상에서 훔쳐 숨겼다고 전했다. 콘 위원장뿐만 아니라 포터 비서관도 여러 차례 같은 ‘전술’을 썼다며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따돌리려는 참모들의 시도는 ‘행정부의 쿠데타’못지 않았다고 이 책은 묘사했다.

참모 망신주기 즐긴 트럼프... 트럼프 폭풍트윗으로 반박

우드워드는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인신공격에 가까운 망신주기를 일삼는 것처럼 보였다는 주변인의 얘기를 생생히 전했다. 책에 따르면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 갈등 관계인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 대해서는 “정신지체”라고 비난했다. 세션스 장관이 남부(앨라배마주) 출신이라는 점을 비꼬는 듯 남부 사투리를 흉내내면서 포터 비서관에게 “그는 멍청한 남부놈”이라고 말했다고 이 책은 전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적극 옹호자였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망신주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트럼프 후보는 그의 면전에서 “당신처럼 변호를 못하는 사람은 못 봤다. 당신은 기저귀 찬 아기처럼 행동했다. 언제 어른이 될꺼냐”며 독설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주위를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생쥐같다”고 말했다고 이 책은 전했다.

민감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등장인물들은 일제히 부인하고 나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을 나쁜 사람으로 보이도록 하고 싶은 불만 많은 전직 직원들의 말을 듣고 쓴 조작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련 사실을 부인하는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의 성명을 리트윗하는 등 반박 트윗을 8개나 올리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드워드에게 인터뷰한 백악관 직원이 누구인지 묻고, 우드워드와 인터뷰를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 전화통화 음성파일을 공개했으며 녹취록 전문을 게시하면서 책 내용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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