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나달-팀 ‘뉴욕 명승부’
클레이코트의 신·구 최강자 격돌
새벽2시 끝나, 대회 2번째 긴 경기
5세트 타이브레이크 나달이 승리
라파엘 나달이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아서 애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8강에서 도미니크 팀에게 승리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웬만한 이들이라면 곤히 잠들어 있을 시각인 5일(현지시간) 오전 2시4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테니스센터 내 아서 애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길고 긴 한밤의 명승부가 끝이 났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엎치락뒤치락 승부를 펼치던 두 남성은 마침내 격한 몸짓을 마치고 진한 포옹을 나누었고, 현장의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쏟아냈다.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32ㆍ스페인)과 9위 도미니크 팀(25ㆍ오스트리아)이 벌인 4시간 49분간의 전투가 끝난 순간이다.

‘흙신’ 나달은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300만 달러ㆍ약 590억원) 남자단식 8강에서 ‘흙신 후계자’로 통하는 세계랭킹 9위 도미니크 팀을 상대로 무박2일의 대결 끝 3-2(0-6 6-4 7-5 6-7<4-7> 7-6<7-5>)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길어진 탓에 이른 귀가를 택해 경기장을 빠져 나가거나, 하품하는 이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경기 후 나달 조차도 “대단한 전투였으며, 코트 위에서 이토록 긴 시간 경기를 펼치게 돼 다리에 미안하다”고 말했을 정도의 길고도 치열했던 승부였다.

이날 승부를 두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는 홈페이지에서 ‘에픽(epicㆍ서사시)’이라고 평가했고, CNN 등 외신은 ‘스릴러(thriller)’에 빗대며 한밤중의 명승부 결과를 빠르게 전했다. 이날 승부는 1992년 대회 준결승에서 벌어진 스테판 에드배리(52)와 마이클 창(46)이 벌인 5시간 26분 승부 이래 US오픈 역사상 두 번째로 긴 토너먼트 승부로 기록됐다.

이날 두 사람의 대결은 클레이코트에서 강한 신구 ‘흙신’의 첫 하드코트 대결로도 주목 받았다. 앞서 클레이코트에서만 10차례 맞붙은 둘의 승부에선 나달이 7승3패로 앞섰지만, 이날 첫 세트가 끝났을 때만 해도 팀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나달은 경기 초반 팀의 강스트로크를 막지 못하며 1세트를 0-6으로 내줬다. 이후 나달이 2,3세트를 내리 따내며 승기를 다시 가져오는 듯했지만, 타이브레이크 끝에 4세트를 내주며 승부를 5세트까지 가져갔다. 5세트에서도 5-5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 이어진 끝에 팀의 마지막 스매싱이 라인을 벗어나면서 경기는 나달의 승리로 끝났다.

나달은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1위 존 이스너(미국)를 꺾은 3위 델 포트로(아르헨티나)와 맞붙는다. 둘 사이 역대 전적은 나달이 11승 5패로 앞서 있지만, 나달의 체력적 부담이 변수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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