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단 방북 성패는

文대통령 친서ㆍ美 요구 등 전달
‘김정은 설득할 수 있느냐’ 관건
3차 남북회담만 합의 땐 낭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사망한 주규창 전 노동당 기계공업부(현 군수공업부) 부장의 빈소를 4일 찾아 애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5일 보도했다. 사진은 고인이 생전에 받았던 훈장들을 지켜보는 김정은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특사단 방북 성패는
문대통령 친서ㆍ미 요구 등 전달
‘김정은 설득할 수 있느냐’ 관건
9ㆍ9 직후 폼페이오 방북 땐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 기대
3차 남북회담만 합의 땐 낭패

문재인 대통령이 5일 평양에 파견한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의 임무는 크게 세 가지였다. 3차 남북 정상회담 일정 및 의제 합의, 남북 경제협력 진전 방안 논의, 북미 비핵화 협상 중재가 그것이다.

특사단 방북 직전인 4일 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50분간 전화통화도 했다. 특사단이 북한에 가져간 문 대통령 친서에는 4ㆍ27 판문점 선언 속 남북 협력 방안에 대한 정부의 추진 구상이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 교착상태였던 비핵화 협상 과정을 바라보는 미국 측 평가와 요구 사항도 특사단이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 방북의 성패는 한미 양국의 조율된 입장을 바탕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어떻게 설득하고, 방북 결과를 다시 미국 측에 전달해 북미 협상에서 어떤 진전을 이뤄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폼페이오 4차 방북 이어지면 성공 시나리오

특사단 방북 이후 최상의 시나리오는 지난달 말 취소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재개다.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ㆍ9절 직후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로드맵과 6ㆍ25전쟁 종전선언 추진 일정을 들고 북한을 찾는다면 북미 협상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이후 9월 10~15일 사이 개성공단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9월 18~20일 2박 3일 일정의 3차 남북 정상회담 평양 개최까지 더해진다면 남북관계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미 백악관 발표대로 9월 말 뉴욕 유엔 총회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게 된다면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북미관계 진전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한미 정상 전화통화에서도 “9월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지난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 이행과 향후 대화 등을 위해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북 핵시설 신고 목록, 종전선언 교환이 관건

관건은 북한 핵시설ㆍ물질 신고 목록과 시한 조정, 미국의 종전선언 입장 변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과 미국이 한 발씩 물러서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얻는 게 가장 현명한 구도”라고 규정했다. 비핵화 시한을 1년으로 상정한 뒤 우선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 등의 핵시설 리스트를 1차로 건네주면 미국은 종전선언을 내주는 게 필요하다. 이어 잔여 핵시설과 핵물질 일부를 공개하면 북미 간 연락사무소 개설 등 국교정상화 절차에 돌입하고, 전체 핵 신고와 반출을 진행하면 대북제재를 해제하며 평화협정에 들어가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김형석 대진대 교수(전 통일부 차관)도 “핵 신고 리스트와 연내 비핵화 시간표 제시가 특사단 방북 성과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며 문턱을 낮춘 북한 입장에 향후 미국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도 중요하다. 미국 측은 그동안 종전선언이 북측에 큰 선물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들어 양보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태다.

다만 특사단이 미국 측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이 없다면 한국으로선 낭패다. 특히 3차 남북 정상회담 일정에만 합의하고 돌아오는 경우 미국의 남북 밀월 견제로 오히려 상황이 꼬일 수도 있다. 북미에게 서로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해주는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반론도 있기는 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미 양국이 현재 국면을 완전히 경색됐다고 보지 않는 상황인데, 특사단이 가서 전반적으로 정세를 논의하고 흐름을 살피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s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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