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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동물 장기 이용한 이종이식, 빠르고 스마트한 규제 필요”

입력
2018.09.10 21:2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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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교수)

장기이식은 장기가 손상된 말기 환자를 살리는 최후 수단이다. 그러나 장기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17년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4,187명이지만 이식한 사람은 2,810명(8.2%)에 불과했다(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2.5명이 매일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장기이식 대기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2000년 초반 매년 1,000명 정도였지만, 2010년 이후 매년 2,000명 이상 증가했고, 2016~2017년엔 4,000명이나 됐다. 현재 평균 3.3년을 이식을 받으려고 대기 중이다. 대기자들은 기다림에 지쳐 불법 장기 매매나 불법 원정 이식의 유혹에 빠진다. 불법 장기이식을 받다가 후유증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장기 부족을 빨리 해결하는 방법은 동물 장기를 이용한 이종이식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를 만들려고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실용화엔 20년 정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동물 장기이식은 수많은 연구ㆍ경험으로 임상 적용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초기 이종이식은 원숭이 장기를 이용했다. 혈액투석기가 없었던 1965년 미국 림츠마 박사는 침팬지 콩팥을 신부전 환자에게 이식해 9개월 생존시킨 바 있다. 그러나 원숭이는 멸종위기동물이라 구하기 어렵고, 진화적으로 사람과 가까워 인수(人獸)공통감염 위험성이 높아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돼지는 사람과 장기 크기가 비슷한데다 새끼를 많이 낳고, 사람과 오래 같이 살아 병원균도 대개 알려져 있다. 또한 무균 사육이 가능해 인수공통감염 위험을 차단할 수 있어 이종이식원으로 가장 적합하다.

돼지 장기를 성공적으로 사람에게 이식하려면 면역거부반응, 인수공통감염병, 윤리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면역거부반응은 돼지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면역조절요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철저한 사전 검사, 무균화, 이식 받은 사람의 추적 관리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식환자의 추적 관리와 인수공통감염 위험은 사회ㆍ윤리 문제를 일으키지만 이종이식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로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이종이식 중요성을 파악해 2004년부터 보건복지부ㆍ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연구를 진행해 당뇨병을 치료하는 췌장세포이식과 각막손상을 고치는 전층각막이식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들 영역에서 원숭이를 대상으로 전(前)임상 이식연구를 진행해 탁월한 성과를 거둬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안전하게 수행하려면 사회적 합의와 국가적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채택한 2008년 성명서와, 이를 만장일치로 승인한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 결의안에 이 점이 명시돼 있다.

이종이식분야를 포함한 바이오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축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 대단히 유망한 분야다. 이 가운데 이종이식연구는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선도적인 지위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가 제대로 결실을 보려면 임상시험이 필수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잘 정비된 제도 및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2005년 ‘황우석 사태’에서 제대로 된 통제와 규제가 없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뼈저리게 겪었다.

규제완화와 개혁이 최근 사회적 화두이지만 정치권의 미합의와 이해당사자 갈등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혁신 성장을 위해 규제완화와 개혁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종이식처럼 새로운 분야는 안전한 적용과 상용화를 위해 제대로 된 제도와 스마트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문가 견해를 바탕으로 한 여론 수렴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이종이식 관련 법안이 2016년에 2건이 발의됐고,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최근 또다시 발의됐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올바른 규제가 빨리 마련돼 바이오산업이 활성화되도록 정부와 국회, 언론의 협조가 간절하다.

박정규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
박정규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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