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 베이스캠프로 등산객을 태운 헬기가 날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불필요한 구조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업체 측은 향후 밝혔다. CNN 캡처

전 세계 등산객들이 몰리는 에베레스트산 등 히말라야 산맥에서 ‘관광보험’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헬리콥터 구조 중복 요청, 불필요한 의료 치료 등의 수법으로 보험금을 과다청구해 빼돌려 챙기는 식이다. 네팔 당국은 사기에 연루된 업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착수하는 한편, 히말라야 관광 정책 일부를 손질해 제도 개혁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트레킹 업체와 여행사, 병원, 헬리콥터 업체 등이 총동원된 히말라야 관광업체들의 보험 사기 행각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의료지원업체 ‘트래블 어시스트’는 올해 1~8월 네팔에서 1,600건 안팎의 헬기 구조가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35%가 사기성 구조 요청이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청구된 보험금은 400만달러(45억원)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히말라야 일대에서의 광범위한 의료사기에는 일부 관광객의 묵인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예컨대 베이스캠프로 귀환하기까지 5일간 여행에 보험료 500달러를 낸 일부 관광객의 경우 브로커와 병원들로부터 750달러를 환급받은 경우도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업체 관계자는 “헬기 업체가 트레킹 회사에 수수료 2,000달러를 지급하고 나서, 과다 치료ㆍ과다 청구를 한 병원으로부터 돌려받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설사약이나 상한 음식을 일부러 먹고 병원에 입원한다거나, 아예 필요하지도 않은 치료를 요구하는 관광객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네팔 관광ㆍ민간항공부의 가나시암 우파드야야 대변인은 “구조 헬기가 한 대만 필요한데도 여러 대를 신청한다거나, 가짜 청구서 작성, 불필요한 대피 요청 등을 하라고 관광객을 부추기는 트레킹 업계의 여러 부패 사례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트래블 어시스트의 상무이사인 조나단 밴크로프트는 “이 사기꾼들은 인간의 생명을 완전히 경시하는 것”이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처럼 ‘허위 사고’가 늘어나다 보니 보험료가 계속 오르는 악순환도 낳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게다가 네팔의 언어 장벽과 값비싼 의료비, 불량한 위생상태 등이 여행보험 업계의 오랜 애로점이었던 상황에서 이제 가장 일상적인 사례들까지 고비용의 복잡한 의료 문제가 돼 버렸다고 한다.

한편 네팔 당국의 집중단속 결과, 현재까지 보험금 편취에 가담한 회사 15곳이 적발됐다. 밴크로프트 상무이사는 네팔 정부의 수사 착수를 반기면서 “사기와 부패 규모가 너무 커서 연루되지 않은 업체들도 상황을 잘 알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아울러 네팔 정부는 ▦경찰의 모든 구조 작전 참여 ▦비행 요금 상한선 설정 ▦구조 관련 병원 및 업체들의 정보 제출 의무화 등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CNN은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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