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경찰 지휘부가 위험을 예상하고도 무리한 작전을 강행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경찰청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결과가 나왔다. 8년 전 “경찰 진압작전을 위법한 직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대법원 판결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당시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 9명에게는 유죄가 선고된 반면, 진압 경찰은 무혐의 처분됐던 터라 현재 같은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동일한 결론이 나올 경우 재수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당시 경찰 진압작전은 총체적 부실투성이였다. 사전연습도 없이 특공대원들을 투입하는 바람에 망루 구조와 진입 방법, 화재 발생 등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했다. 휘발성 물질이 많았는데도 소방차, 고가사다리차 등 안전장비도 출동하지 않았고, 특공대 현장 책임자의 작전연기 요청은 “겁먹었냐”는 말로 무시됐다. 오직 농성자 검거 목적의 작전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철거민들의 화염병 투척으로 1차 화재가 발생해 망루가 무너지면서 시너 등 인화성 물질이 옥상에 찼는데도 작전을 강행, 참사로 이어진 2차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경찰관 1명과 철거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는 전적으로 경찰 지휘부의 책임이라는 게 입증된다.

그러나 진압작전을 지휘한 경찰 책임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참사 원인에 대한 의문과 무모한 진압 증언은 검찰 수사과정에 배제됐고, 재판부도 경찰의 위법행위에 눈감았다. “경찰이 용산참사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간부를 접촉했다”고 밝힌 진상조사 결과는 이와 무관치 않음을 보여준다. 김석기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는 사이버 수사요원 수백 명을 동원해 경찰 비판에 반박 글을 올리게 했고, 청와대 행정관은 ‘사건 파장을 막고자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이메일을 경찰에 보낸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물론 청와대와 검찰, 법원도 이 비극적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당시 경찰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불가피해졌다. 피해자들의 가슴에 맺은 응어리를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용산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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