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적정성 평가하는 심평원
수술 후 재활치료 입원자 등
환자 30%, 신체기능저하군 분류
병원은 입원비 못 받자 난색
“환자 분류ㆍ판정 기준 개선해야”
한국암재활협회가 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암 환자들의 요양병원 이용시 건강보험 적용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한 참석 환자가 요양병원 퇴원 조치 사례를 듣고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암 환자는 국가에서 분류한 중증질환자인데, 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요양병원에서 쫓겨나야 하나요.”

난소암 3기 환자인 이모(52)씨가 요양병원 입원진료비를 건강보험에서 지원받지 못해 지내던 병원에서 쫓겨날 처지가 되자 답답함을 호소하며 한 말이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난소암 3기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1번의 수술과 4번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장애가 있는 남편이 이씨를 돌볼 처지가 되지 않아 올해 3월부터 경기 부천의 한 암 재활 전문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더 이상 요양병원에서 지낼 수 없다. 건강보험 적용 적정성을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이씨를 입원이 필요 없는 ‘신체기능저하군’이라 판단해, 지난 3~7월 사이 입원한 진료비 전액을 병원 측에 지원해줄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전남 지역에 사는 조모(57)씨도 이씨와 같은 경험을 했다. 조씨는 지난해 12월 자궁암 4기 진단을 받고 6차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요양병원을 이용했는데, 심평원이 조씨 역시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보고 입원진료비를 지원하지 않자 병원 측이 입원 연장에 난색을 표해 퇴원했다. 조씨는 “다른 요양병원들도 암 환자를 받아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5일 한국암재활협회에 따르면 심평원이 최근 암 전문요양병원의 건강보험 급여를 심사하며 암 환자의 입원진료비를 전액 삭감했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되고 있다. 이영배 한국암재활협회 사무국장은 “심평원이 암 환자는 요양병원 입원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병원이 지출한 진료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불이익을 주는 것인데, 이런 일이 알려지면서 다른 요양병원들도 암 환자의 입원을 거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심평원은 암 수술 후 면역력 강화나 통증 완화를 위해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경우는 장기입원 필요성이 적다고 본다. 특히 본인,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입원이 가능한 요양병원 특성상 과잉진료를 양산하는 측면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심평원은 지난해 요양병원을 이용한 전체 암 환자 중 30%(1만8,000여명)를 특별한 건강상 어려움 없이 입원한 신체기능저하군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암 환자들은 일반 병원이 아닌 요양병원에 입원해 면역력 회복 치료를 받는 것도 암 치료의 연장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심평원의 진료비 삭감 기준에 일관성이 부족해 말기 암 환자조차도 요양병원 이용에서 배제되는 등 치료 적정성을 평가하는 환자분류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평석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입원 적정성을 질병, 신체기능상태에 따라 7단계로 분류하는데 재활 목적인 암 환자의 등급도 노인요양병원 기준에 따라 결정하다 보니 상태가 심각한 말기 암 환자라도 입원이 필요 없다고 일괄 분류되는 것”이라며 “모든 암 환자가 아니더라도 3,4기 이후 환자는 건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판정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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