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교배ㆍ순혈주의는 조직 폐쇄성 강화
구호 요란한데 실적 부진한 문재인 정부
‘우리 모두의 리그’로 탈바꿈해야 할 때

삼성 출신인 이근면 전 초대 인사혁신처장의 ‘주류와 비주류의 차이’에 대한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정부 내 비주류였던 그는 저서 ‘대한민국에 인사는 없다’에서 주류ㆍ비주류의 근본적 차이는 “패거리가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비주류는 패거리가 없어 누군가에게 묻어가기 어렵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비주류가 살아남으려면 첫째, 탁월한 능력으로 무장하고 유지해야 한다. 끊임없는 단련과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둘째, 등 뒤를 조심해야 한다. 허점이 있는 순간 뒤를 지켜 줄 아군이 없다. 셋째, 작은 공(功)에 만족해야 하고, 큰 공을 탐하는 순간 주류의 집단적인 공격을 받는다.” 그러면서 일본 전국시대에 칼 한 자루와 함께 철저히 혼자였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를 비주류의 사례로 꼽았다. 철저한 ‘비주류’로 고군분투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연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행태는 ‘동종교배’에 가깝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장관은 물론 법원조차 그렇다. 장관들이 여당에서 옮겨가니 당ㆍ정ㆍ청이 같은 혈통으로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유사형질 간 동종교배는 열성인자를 낳기 마련이다. 이종교배에서 태어난 1세대는 잡종강세가 나타난다는 것이 멘델의 유전법칙이다. 프랑스가 올해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것도 이민자들과 뒤섞인 축구팀을 구성해서 가능했다. 부족국가 동예의 풍습으로 같은 씨족이 아닌 다른 씨족과 혼인하는 족외혼(族外婚)은 유전형질의 발전은 물론 부족의 연합과 연맹왕국 형성을 가능케 했다.

근친상간과 순혈주의가 조직 폐쇄성을 높이고 비판과 반대 견해를 압살시켜 종국적으로 퇴행의 길로 접어들었던 사례가 많다. 정치에서 동종교배의 폐해는 특정 이념과 정책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구호만 요란할 뿐 실적은 부진하다. 현실은 모르면서 입으로만 떠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정책마다 뒷걸음질이니 ‘미다스의 손’이 아니라 ‘마이너스 손’이 된다.

게다가 포용 정신마저 실종 상태다. 다수 국민을 포용해야 하는 게 정치고 정부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에 매몰돼 소상공인들의 눈물을 외면한다. 오죽하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벼랑으로 내몰린 소상공인 단체들이 “우리도 국민 취급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겠나.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800만 소상공인들을 외면한 채 남은 3년을 어떻게 견딜지 의문이다.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집권 2년 차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불통의 리더십’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당시 수첩인사 편중인사 비선실세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을 때였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겠다지만, 당의 행태와 실천력으로는 어림없는 얘기다.

이전 정부들이 재벌에 ‘포획’당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면, 문 정부는 특정세력에 ‘포획’당한 분위기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소득주도성장을 좌초시키려는 적폐세력의 공격’으로 단칼에 잘라 버린다. 장관급 인력송출기관으로 자리 잡은 참여연대는 4대 반대과제를 발표하면서 정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분위기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과 규제혁신5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은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은 대통령의 ‘규제혁신 1호 법안’이다. 참여연대가 정권에 지분이 있거나 정권의 약점이라도 잡은 모양이다.

동종교배가 심화하면 주류 집단과 다른 생각이나 아이디어는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는 위험하다. 김 부총리가 기획재정부 수습 사무관들과 간담회에서 “(초임 사무관 시절) 이방인 또는 변방인 같다는 생각에 열등감마저 들었다”며 "우리만의 리그를 만들면 반드시 국민과 괴리되고 자기 성(城)을 쌓는 우를 범하기 쉽다”고 했다. 이 말이 행여 정권의 주류 집단을 향한 중의적 표현은 아닌지 모르겠다. “공직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 모두의 리그’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이근면의 주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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