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다른 특수학교 건립 땐 무엇을 주려고…”

알림

“다른 특수학교 건립 땐 무엇을 주려고…”

입력
2018.09.05 15:19
수정
2018.09.05 19:44
11면
0 0

강서구 특수학교 건립 합의

병원 부지 ‘반대급부’로 알려져

1년 전 ‘무릎 호소’ 학부모

“엄연히 의무교육기관이…” 반발

나경원 “정치적 흥정 대상 아냐”

조희연은 “아름다운 손잡기” 해명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강서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맺은 ‘특수학교 설립합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혜정 기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강서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맺은 ‘특수학교 설립합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혜정 기자.

“지난해 우리 학부모들은 난생 처음 듣는 욕을 먹으면서도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세워달라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런데도 조희연 교육감님이 나서서 한방병원 건립과 특수학교를 주고받다니요?”

5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는 강서구 특수학교(서진학교) 건립을 바라는 장애학생 학부모 30여명이 모여들었다. 전날 조 교육감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강서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대위와 함께 합의문을 발표한 것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지난해 강서 특수학교 설립 2차 주민토론회에서 반대측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한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무릎호소’ 덕에 서진학교가 세워진다며 위안을 하던 학부모들은 합의 소식을 듣고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몇몇 학부모는 기자회견 중 같이 온 자녀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이유는 ‘인근학교 통ㆍ폐합 시 그 부지를 한방병원 건립에 최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합의 내용 때문이다. 특수학교는 엄연한 의무교육 기관인데도 이번 합의로 인해 오히려 주민 요구를 받아들여야 세울 수 있는 기피시설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우려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앞으로 서초구 나래학교나 중랑구 동진학교(가칭)를 지을 때도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텐데 그땐 뭘 또 주려 하냐”고 되물었다. 합의 과정에 학부모와 찬성 측 주민이 배제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조부용 강서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1년 전 아픔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떻게 시교육청이 우리도 모르게 그런 합의를 할 수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지자 조 교육감은 당초 예정됐던 특수교육 혁신 간담회를 뒤로 미루고 먼저 이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 교육감은 ‘반대측 주민들이 협조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장애학생 학부모들도 받아들일 걸로 생각했다’며 사과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전 소통이 안 된 점에 대해서는 “실무진들을 통해 전달된 줄 알았다”, 합의 내용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는 “언론 보도로 인해 오해가 생겼다”며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교육감은 이어 열린 공식 간담회에서도 “충분히 설명을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하면서도, “(전날 합의는) 특수학교 설립 후에도 학생들이 주민과 잘 지내도록 반대측과의 아름다운 손잡기를 한 것”이라고 자찬했다.

시교육청은 조만간 별도 자리를 마련해 합의를 하게 된 배경과 취지를 장애학생 학부모들에게 설명하고 향후 조치를 협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이 합의문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조 교육감이 장애학생 학부모와 반대측 비대위 등 양측의 마음을 모두 얻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수학교는 기존 계획대로 건립하면 될 뿐 정치적 흥정 대상이 아니다”며 “이번 합의는 한 마디로 ‘나쁜 합의’, ‘있을 수 없는 합의’다”고 적었다. 특히 나 의원은 같은 당 김 원내대표를 겨냥, “정치인 또한 지역주민의 표가 아무리 급하다 할지라도 옳은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며 “같은 정치인으로서 한없이 부끄럽다”고 일갈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