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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좋은 직업 가질 확률… 맞벌이 가정>아빠 외벌이>엄마 외벌이 순

입력
2018.09.08 10:00
수정
2018.09.08 10: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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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기자의 교과서 밖 과학]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개천에서 용 난다’는 건 옛말이다. 신분 상승 사다리로 작용했던 교육이 제 역할을 못 하면서 부(富)ㆍ직업 대물림이 공고화하고 있다. ‘기회의 땅’이라 불렸던 미국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메리칸 드림이 깨진 것이다. 경제발전의 과실이 점점 더 소수에 집중되는 한국 역시 다르지 않다.

미국 뉴욕대 연구진은 3일 국제학술지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1940년 이전에 태어난 남성의 65%는 그들 부모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을 가질 수 있었지만 1980년대에 출생한 남성들은 42%만 부모보다 좋은 직업을 얻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 통계국(USCB)의 분류에 따른 539개 직업을 대상으로 임금ㆍ사회적 지위를 고려한 사회경제적 점수(100점 만점)를 매겼다. 내과ㆍ외과의사(93점), 치과의사(92점), 변호사(91점), 교사(81점), 건설현장소장(68점), 경찰(65점), 성직자(63점), 유치원 교사(41점), 비서(39점), 트럭 운전사(32점), 목수(29점), 벽돌공(25점), 계산원(22점), 벌목꾼(16점), 가정부(13점), 구두닦이(9점) 등이다. 그런 다음 부모와 자녀의 직업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비교 분석했다.

자식이 부모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직업을 가진 비율은 시간이 흐르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1930년대에 태어난 남성은 70% 가까이가 부모보다 좋은 직업을 얻었다. 하지만 1970년엔 50%로 하락했고, 1990년엔 50% 밑으로 떨어졌다. 여성은 196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들부터 그 비율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연구진은 “대공황(1929~39년) 이후 경기가 살아나면서 고소득ㆍ저소득 노동자의 임금이 균등하게 증가했으나 1980년부턴 저소득층의 임금증가율은 정체됐지만, 고소득층 임금이 빠르게 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부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교육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고, 결국 이것이 부(富)ㆍ직업 대물림을 강화한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30년대 40~45%였다.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1980년대 초까지 30% 초반을 유지했다. 그러나 2002년엔 42%를 기록하는 등 다시 소득이 집중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식이 부모보다 더 나은 직업을 가질 확률은 가정의 소득 형태에 따라서도 크게 갈렸다. 맞벌이 가정에서 부모 직업의 사회경제적 점수가 1점 오를 경우, 1994~2016년 고교를 졸업한 자식의 경우 남성은 사회경제적 점수가 0.58점, 여성은 0.53점 더 높은 직업을 갖게 되는 것으로 나왔다. 아버지 혼자 돈을 버는 가정에선 자식들의 사회경제적 점수 상승 정도가 소폭 하락(남성 0.53점ㆍ여성 0.41점)했다. 하지만 어머니만 직업을 가진 외벌이 가정에선 자식들 직업의 사회경제적 점수 상승 정도(남성 0.26ㆍ여성 0.37)가 크게 떨어졌다. 연구진은 “20세기 미국은 기회의 땅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이를 의심해야 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부ㆍ사회적 지위의 대물림 정도가 최근 들어 심해지긴 했지만, 사실 이러한 세습은 꽤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다. 영국 카디프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12년 5월 PNAS에 “7,000년 전 농업이 시작된 신석기 초기 때부터 부가 대물림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유럽 중부 지역에서 발견한 신석기 시대 유골 300여구를 대상으로 치아 속에 남아 있는 스트론튬의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다.

자귀(잘라낸 원목을 가공하는 데 쓰는 도구)가 부장품으로 나온 유골들에선 스트론튬 동위원소의 다양성이 낮게 나왔다. 반면 같은 지역이라도 자귀가 부장품으로 나오지 않은 유골들에선 스트론튬 동위원소의 개수가 많았다. 치아에 있는 동위원소는 토양 성분 등에 따라 달리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거주지ㆍ활동지역 등 그 사람이 살았던 환경을 유추해볼 수 있다.

연구진은 “자귀를 가진 사람들은 거주지와 가까운 비옥한 땅에서 자란 농작물을 먹고 산 반면, 자귀를 가질 여유가 없었던 사람들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떠돌아다녔고 먼 곳까지 나가 농사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석기시대 초기에 이미 비옥한 땅을 자식 세대에 물려주는 대물림이 이뤄졌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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