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병역특례 축소 여론에 술렁이는 문화-예술계

알림

병역특례 축소 여론에 술렁이는 문화-예술계

입력
2018.09.05 04:40
2면
0 0

 혜택받는 대상 극소수에도 

 “순수예술만 특혜” 여론 눈총 

 “강동석, 정명훈 같은 거장 키우는 

 국가적 투자로 생각해야” 호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불거진 병역특례제도 형평성 논란이 문화계로 번지고 있다.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도 국위를 선양하는데 클래식과 무용 등 순수예술 분야 우수 인재만 특례대상이 되는 게 맞냐는 의문이 국민들 사이에서 제기되며 논란은 더욱 커질 조짐이다. 4일 국방부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병역특례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 순수예술계에선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병역특례 내용을 담고 있는 예술ㆍ체육요원 제도는 1973년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ㆍ체육 특기자에게 군 복무를 대신할 수 있게 도입됐다. 완전한 군 면제는 아니다. 4주간의 기초군사교육을 포함해 2년 10개월 동안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공익에 복무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재능기부 등 봉사활동도 544시간을 채워야 한다. 현재 예술요원은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등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다. 대회 기준은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현재 클래식 음악 29개, 발레와 현대무용 12개, 국악과 한국무용은 7개(국내 대회만)가 인정된다.

누구나 알 만한 콩쿠르에서 1, 2위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당연히 예술요원 복무자의 숫자도 적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5년 11월부터 지난달 11일까지 예술요원으로 편입해 복무한 사람은 79명이다. 매년 편입인원은 20~30명 정도다. 세계적 콩쿠르에서 잇달아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스타 피아니스트 김선욱 선우예권 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등도 예술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지난해 기준 대체복무자 2만8,000여명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숫자지만 일부 대중들에게는 특혜로 비치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예술가들의 미래를 위한 국가적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06년 국방부 대체복무제도 연구위원이었던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예술가들은 한창 전성기에 지속적으로 훈련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거장으로 거듭나는데 한계가 있다”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거듭나면 국위 선양도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술ㆍ체육요원 제도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197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심포니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던 당시 그의 군 복무가 큰 이슈가 되면서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도 병역 특례 대상자였다.

순수예술 중 무용수들이 병역에 특히 민감하다. 현역 군 생활을 할 경우 다른 분야보다 활동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예술요원이 되는 건 단원 중 많아야 2명 정도로 나머지 발레리노들은 활동을 하다가 입대한다”며 “발레에서 사용하는 근육과 군대에서 쓰게 되는 근육이 달라 체형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 무용수들에게 가장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악기 연주자들도 마찬가지다. 2년 가까이 연주를 쉬었다가 다시 하면 이전에 도달했던 경지로 되돌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 한 클래식 기획사 관계자는 “콩쿠르에서 우승하고도 병무청에서 인정하는 콩쿠르에 들지 않아 연주자를 군대에 보내며 눈물 흘린 적이 있다”며 “경력 단절로 인기가 하락하더라도 다시 활동을 할 수는 있는 연예인과는 문제의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역특례를 두고 콩쿠르가 지나치게 과열되고 뒷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일부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만 이뤄지는 전통예술 분야에서는 병역 특례를 위해 남성을 밀어주는 사례도 공공연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예술가들의 대체복무 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편이다. 러시아의 국군 예술부대인 레드 아미 앙상블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무용단을 포함한 250여명의 예술가들이 해외공연과 위문공연 등을 하며 대체복무 한다. 대만과 이스라엘에서는 국립단체에 소속돼 활동하면 군 복무를 한 것으로 인정한다. 체육계에 경찰청과 상무가 있어 일부 운동선수들이 군생활을 하며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경우와 비슷하다. 국내엔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예술단체가 없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국제음악경연대회

◆국제무용경연대회

※ 주니어, 시니어 구분이 있는 경우 시니어에 한함

◆국내경연대회

※학생부, 일반부 구분이 있는 경우 일반부에 한함

자료: 병무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