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평양으로 향한다. 3월에 이은 두 번째 평양행이지만 방북길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교착 상태의 북미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찾는 과제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1차 방북 때 임무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페이스북에 “우리 스스로 새로운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함을 안고 간다”고 비장한 표현을 쓴 게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가 밝힌 대로 특사단은 남북 정상회담 일정 및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협의하고 진전 기미가 안보이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중재하는 세 가지 임무를 띠고 있다. 이 가운데 비핵화 중재가 가장 막중하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남북관계나 남북 정상회담 모두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정상회담 일정 조율이나 남북관계 활성화 협의는 공식ㆍ비공식 대화채널로도 충분하지만, 종전선언과 비핵화 이행을 두고 극한 대치 중인 북미를 중재하는 일에는 반드시 특사가 나서야 한다. 때문에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 우리의 중재안을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 찾기는 녹록지 않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가 3개월째 기싸움을 벌이는 통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게 문제다. 미국은 대북제제를 더 강화하면서 “남북관계는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속도조절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미군 유해를 반환하고 미사일 실험장을 폐기하는 등 나름 성의를 보인 북한도 험악한 서한을 보낼 정도로 단단히 틀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특사단 어깨는 천근만근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비핵화 초기 조치를 약속할 경우 미국이 종전선언을 수용할 수 있다는 중재안이 마련됐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북한이 거부하면 소용이 없다. 하지만 북미가 상호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특사단이 북한을 설득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특사단은 비핵화 협상 승부수로 남북기본협정과 신경제구상까지 준비했다고 한다. 특사단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비핵화 조치와 일정에 관한 언급을 받아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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