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의 간접광고 모습. 상단에 '불란셔 제빵소'라 적힌 등이 걸려 있다. tvN 화면 캡처

tvN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여러모로 기존 한국 드라마와 다르다. 400억원을 들여 1년 간 촬영을 했다. 중저예산 영화 한 편 만들 16억원 가량이 매회마다 들어간 꼴이다. 이병헌과 김태리 등 여러 스타들이 출연하고,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의 유명 작가 김은숙이 극본을 썼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영화 못지 않은 영상미에 감탄하게 되고,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280억원 이상을 주고 판권 계약을 할 만하다. ‘미스터 션샤인’이 한국드라마의 첨단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옥에 티’는 있다. 간접광고(PPL)다. 노비 출신으로 신미양요 당시 선교사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주한영사 대리로 환향한 유진(이병헌)이 한성 한 호텔에서 차를 마시려다 찻잔을 돌려보며 한마디 한다. “혹시 이 잔이 유행이오?” 찻잔은 CJ ENM이 만든 그릇 브랜드 ‘오덴세’ 제품이다. tvN은 CJ ENM 소유 채널이고, ‘미스터 션샤인’의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NM의 자회사다. 이 뿐 아니다. 제빵 브랜드 ‘파리 바게뜨’를 연상시키는 빵집 ‘불랸셔 제빵소’가 등장하고, 이 빵집에는 파리 바게뜨가 판매하는 꽃빙수와 무지개 카스텔라가 진열돼 있다.

‘미스터 션샤인’의 PPL은 그나마 세련됐다는 평을 받는다. 2013년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조선 중기 정육점 한글 간판에 축산물 브랜드 ‘목우촌’을 넣어 빈축을 샀다. 한국 드라마의 PPL이 도가 지나치니 미국 드라마 ‘드라마월드’에서 희화화되기도 했다. 한국드라마 마니아인 한 미국 여대생이 어느 날 드라마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겪는 일은 한국드라마의 황당한 면면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 길거리에서 화장품 시제품 사용을 권하는 판매원은 주인공 얼굴을 풀메이크업한다. 여러 화장품 브랜드를 노출시켜야 하니 벌어진 일이다.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과도한 PPL이 등장하는 이유는 이젠 제법 알려져 있다. 채널을 지닌 방송사들이 수익을 남기기 위해 외주제작사에 온당한 제작비를 주지 않으니 벌어지는 일이다. 요컨대 법제도 미비에 따른 구조적인 후진성에서 파생된 문제다. 세계가 즐겨보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이 주시하는 수준까지 한국드라마가 올라온 걸 보면 참 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방송의 후진적 면모는 더 있다. MBC와 SBS는 지난해부터 드라마 한 회 분량을 하루 1, 2부로 쪼개 방송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24부작이었을 드라마가 갑자기 48부작으로 둔갑했다. 변칙적으로 중간광고를 넣기 위해서다. 1, 2부 사이에 들어가는 광고이니 중간광고가 아니라고 MBC와 SBS는 옹색한 주장을 한다. 지상파 TV는 중간광고가 금지돼 있다.

방송사에만 손가락질 할 일은 아니다. 지상파 TV와 케이블 채널 등의 시청 방법에 차이가 없어졌는데, 지상파 TV만 시청자 권익 보호를 위해 중간광고를 하지 말라는 건 차별적이다. 기술 발전과 시청 형태의 변화로 방송 전송 방식의 구분이 사라졌는데 법제도만 구분하고 있는 꼴이다. 방송법 개정을 두고 아직도 SO(프로그램 전송자)와 PP(프로그램 제공자)를 구분해야 된다거나 방송 사업자와 통신 사업자 사이 벽을 세워야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제작자와 배급자의 구분이 사라지고,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가 맞나 싶다.

방송만 그럴까. 영상산업의 양대 축인 영화에 대한 법제도도 20세기 인식에 머물러 있다. 영상산업 진흥을 위해 만들어지고 시행 중인 법부터가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영비법)이다. ‘불법 비디오는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라는 공익광고 문구가 있던 시절에나 회자되던 단어가 비디오 아닌가. 특정 영화의 상영관 독식 문제 등 영화계 현안을 영비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달라는 아우성이 넘쳐나나 정치권이나 관가에서 발벗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정기국회가 문을 열었다. 영상 관련 분야 상임위 국회의원과 관련 공무원들이 일 좀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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