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콜센터에 근무하는 고용재 상담사가 날씨자료를 보면서 시민들의 문의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제19호 태풍 ‘솔릭’이 전남 목포에 상륙한 지난달 23일. 말 그대로 전화통에 불이 난 곳이 있다. 기상청이 위탁운영하는 ‘131 기상콜센터’다. 그날 하루에만 콜센터에는 1만2,749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일 평균 콜센터로 인입되는 전화가 3,000통 가량임을 감안하면 평소보다 4배나 늘어난 것으로 2017년 이후 최대치였다. 수도권에 폭우가 몰아 닥친 지난달 28일에도 7,600여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신문이나 방송뿐 아니라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날씨 소식을 실시간 접하는 시대지만 정부과천청사의 기상콜센터에는 매년 100만통이 넘는 상담 전화가 걸려 온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콜센터로 걸려온 상담 전화는 106만6,599통으로 2009년(109만여통)과 비슷한 수준이다.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365일 24시간 연 100만통을 대응하는 이들은 39명의 상담사들이다. 기상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문위원들로부터 매일 날씨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듣고 상담 고객들에게 대신 전해주는 이들이다. 눈이나 비가 오기 전날이나 당일에는 한 사람당 최대 350통까지도 소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일 최대 상담으로 기록된 날은 태풍 ‘볼라벤’이 상륙했던 2012년 8월 28일로 1만9,141건의 전화가 걸려왔다. 콜센터로 날씨를 문의하는 이들은 주로 농업, 어업, 임업 등 1차산업 종사자들이 많다. 또 비 오는 날과 생업이 직결되어 있는 일용직 근로자들과 노점상 종사자들의 문의도 빗발친다.

실제 기상청이 전화 상담 유형을 분류한 결과 지난해 기준 예보가 75.4%로 가장 많았고 미세먼지(12.7%) 자료(5.3%) 특보(2.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상성 기상청 기상서비스 정책과 주무관은 “강수예보에 대한 문의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올해부터는 유독 미세먼지에 대한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센터를 이용하는 절반 가까이는 60대 이상이다. 하지만 온라인에 익숙한 20대 이하도 9.7%나 되고 30대(6.8%), 40대(10.4%), 50대(24.1%)로 나머지 연령대의 이용률도 적지 않다.

기상청 예보가 빗나가기라도 하면 콜센터 상담사들은 그야말로 ‘국민 욕받이’가 된다. 당초예보보다 수도권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린 지난달 28일에도 한 시민으로부터 “기상청이 예보를 제대로 못해 제대로 대비를 하지 않아 집에 물이 찼다. 책임져라. 해결해 달라”는 협박 반, 읍소 반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일용직 근로자가 날씨 예보 때문에 일을 하지 못했다며 일당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길게는 1시간30분까지 이런 악성전화를 응대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화를 내거나 욕설 등의 전화를 받은 상담사의 경우 20분 정도 쉴 수 있는 ‘찌끄레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뿌듯한 사례도 많다. 결혼식이나 이사 전날 시민들이 상담원과의 통화로 안심을 하게 되는 경우다. 고용재 기상콜센터 팀장은 “지난달 태풍이 수도권을 강타할 것으로 예보돼 대비가 필요하다고 상담했던 경기도 비닐하우스 소유자가 막상 태풍이 비켜간 다음 날 빗나간 예보를 따지는 대신 ‘그래도 덕분에 대비할 수 있어 고마웠다’는 전화를 받은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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