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롯데마트 충북 신선품질혁신센터
공기조절 저장기술 활용
과일 저렴할 때 대량 확보
수개월 뒤 최대 35% 싸게 내놔
#2
국내 유일 저장시험설비 보유
“저장 품목 호박 등 야채로 확대”

롯데마트가 제철 포도를 소매가격보다 20% 싸게 내놓았다.

이윤을 낮춰 파는 흔한 할인행사가 아니다. 과일이나 채소가 쌀 때 다량 확보해 특수 기술로 수개월 간 저장했다 값이 오르자, 싸게 내놓은 것이다. 롯데마트가 올해 도입해 ‘완판’을 기록한 이 전략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다시 들고나와,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근심이 쌓여가는 주부들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롯데마트는 ‘공기조절(CA)’ 기술을 적용해 저장했던 거봉을 오는 6일부터 12일까지 전 점포에서 도매가격으로 판매한다고 4일 밝혔다. 이를 위해 롯데마트는 충북 증평군 롯데 신선품질혁신센터에 약 한 달간 보관해온 거봉 50톤(2㎏짜리 박스 2만5,000개) 가량을 꺼내기로 했다.

CA 기술로 저장했던 거봉은 2㎏짜리 박스 1개에 1만4,900원에 판매한다. 지난달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준 거봉 평균 도매가격인 1만4,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판매되는 과일 가격이 도매가보다 20% 정도 비싼 걸 고려하면 CA 저장 거봉은 현재 소매가 대비 약 20% 저렴하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롯데마트에 따르면 국내 거봉 도매가는 1주일 새 12.9% 올랐고, 평년과 비교하면 27.0%나 뛰었다. 올봄 냉해 때문에 초기에 잘 자라지 못한 데다 6, 7월 가뭄과 이후 계속된 폭염으로 전년 대비 생산량이 3%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다. 거봉 가격 상승을 예상한 롯데마트는 경북 김천시에서 수확한 거봉을 사들여 지난달 10일 신선품질혁신센터에 저장했다.

충북 증평군에 있는 롯데 신선품질혁신센터. 공기조절(CA) 기술이 적용된 신선식품 저장고와 시험챔버를 갖추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이 센터의 CA 저장고는 한 마디로 거대한 김치냉장고다. 최지용 신선품질혁신센터 APC팀장은 “사과 500톤(고습 저장고), 양파 250톤(저습)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저장할 식품이 들어오면 온도와 습도는 물론 공기 중 산소와 질소 비율까지 정교하게 조절(CA)된다. 저장이 완료되면 출시 전까지 한 번도 문을 열지 않는다. 덕분에 그 안에 저장된 식품은 처음 들어갔을 때의 상태를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개월 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최 팀장은 “국내 일부 유통업체에서 유사한 CA 저장고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저장 조건을 유럽이나 일본 데이터에 따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선식품은 품종마다 최적의 저장 조건이 다르다. 온도와 습도, 질소와 산소 비율 등을 최적으로 맞춰 저장하지 않으면 출고 후 많은 물량이 변질돼 버려야 한다. 과일에 들어 있는 자체 수분보다 외부 습도가 더 낮으면 내부 수분이 빠져나가 과일이 쉽게 마르거나 변형되고, 외부 습도가 더 높으면 과일이 수분을 끌어들여 터지거나 당도가 떨어진다. 특정 품종이 함유한 평균 수분을 정확히 측정하고 외부 습도를 이와 비슷하게 유지해주는 기술이 동시에 적용돼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난 7월 충북 증평군 롯데 신선품질혁신센터 내 시험챔버에 최적의 저장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브로콜리가 들어가 있다. 롯데마트 제공
지난 7월 충북 증평군 롯데 신선품질혁신센터 내 공기조절(CA) 저장고에 미니수박이 저장돼 있다. 이들 수박은 3주간 저장 후 시세보다 25~35% 싸게 판매됐다. 롯데마트 제공
지난 7월 한 직원이 충북 증평군 롯데 신선품질혁신센터 내 공기조절(CA) 저장고에 보관돼 있던 미니수박을 꺼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 신선품질혁신센터가 ‘시험챔버’를 별도로 갖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격적으로 식품을 보관하기 전 8개 시험챔버에서 다양한 저장 환경을 시험해보고 해당 품종에 맞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는 것이다. 최 팀장은 “CA 저장고와 함께 시험챔버까지 운영하는 유통업체는 국내에서 롯데마트가 유일하다”며 “수분이 많아 장기간 보관이 어려운 과일로 꼽히는 거봉도 품질을 유지하면서 최장 2개월까지 저장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의 CA 저장 과일 출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엔 사과, 7월엔 미니수박(1.5~4㎏)을 각각 6개월, 3주 동안 저장했다가 시장에 내놓았다. 각각 당시 소매가격보다 10~20%, 25~35% 싼값에 출시해 모두 ‘완판’됐다. 롯데마트는 향후 배추나 호박 등 채소로도 저장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윤재 롯데마트 과일팀 상품기획자(MD)는 “기상 악화나 시세 상승에도 신선식품 물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별도로 가격을 표시해놓는 행사상품 코너에서 오는 6일부터 CA 저장이라고 표기된 거봉을 찾아볼 수 있다고 롯데마트 측은 설명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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