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사진 게재로 다시 수면 위로
존재 알려진 지 10년 넘었지만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 안 돼
“대부분 건강 나빠 일할 여력 없고
최저 생계 유지 위해 거리로…
정부차원 근본적 생계 보장부터”
박카스 할머니 문제를 다룬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컷. 한국일보 자료사진

“저희도 고민이죠. 구청 공공근로를 소개해줘도 다음날이면 다시 거리로 나오더라고요.”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가 ‘박카스 할머니’를 상담한 기억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박카스 할머니는 종로구 일대에서 주로 노년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60대 이상 여성을 지칭하는 말. 이 관계자는 “계도 활동 덕인지 박카스 할머니 수가 지난해보다 조금 줄어들긴 했다”면서도 “그러나 대부분은 가끔 단속을 나올 때마다 여전히 거리에서 만나는 것 역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극우성향 인터넷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노년 여성 성매매 사진이 게재된 사건이 알려지며 박카스 할머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초 촬영자인 서울 서초구청 공무원이 지난달 경찰에 붙잡히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와 별개로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일 오전 기자가 찾은 지하철5호선 종로3가역 인근. 화려한 옷을 입고 작은 가방을 멘 노년 여성 대여섯 명이 간이 플라스틱의자에 앉아서 지나가는 남성을 향한 호객 행위에 여념이 없었다. 간혹 남성들이 무시를 넘어 욕지거리를 하고 심지어 주먹으로 위협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언제나 그랬다’는 듯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70대 여성 A씨는 “하루 2만~3만원 버는 돈으로 저녁에 반찬거리를 사 집에 돌아간다”라며 “평생 이런 일만 해왔는데 늙어서 다른 일을 찾기도 어려운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박카스 할머니 존재가 알려진 지는 10년도 넘었지만, 아직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사회적 편견이나 낙인이 있다 보니 쉽사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성매매 횟수 등이 유동적이라 수치를 계량해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업소 등에 소속된 다른 성매매 여성과 달리 대부분 개인적으로 일을 하고 있어 규모 파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이들을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거나 폭행을 행사하는 일도 종종 벌어지지만 딱히 지켜줄 만한 사람도 없다.

실태조사를 할 생각도 없으니 마땅한 대책도 없다.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는 종종 일자리를 소개하지만 대부분 거절한다. 종묘공원 일대 박카스 노인 성매매 근절에 힘쓴 공로로 지난해 대통령 표창을 받은 김수진 전 서울 혜화경찰서 대학로파출소장은 “성매매 노년 여성 대다수가 일 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성매매에 나선다”며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대가로 받는 젊은 성매매 여성들과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무작정 단속이나 관성적인 일자리 소개보다 먼저 기본 생계를 보장해주고 자활을 지원해주는 순서로 가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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