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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혈흔분석 실험실 신설… “미제사건 사라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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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혈흔분석 실험실 신설… “미제사건 사라져야죠”

입력
2018.09.17 04:20
수정
2018.09.17 19:0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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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대구과학수사연구소장

이상기 대구과학수사연구소장이 집무실에서 혈흔형태분석 실험실 신설과 대구과학수사연구소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이상기 대구과학수사연구소장이 집무실에서 혈흔형태분석 실험실 신설과 대구과학수사연구소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수사가 미궁에 빠지지 않도록 증거확보의 마지노선을 사수한다는 각오로 뛰고 있습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대구과학수사연구소가 전국 처음으로 ‘혈흔형태분석 실험실’을 신설한 지 50일이 됐다. 180㎡ 규모에 혈흔형태재현실과 모의현장실험실, 실험준비실, 암실ㆍ기자재실을 갖추고 지난 7월26일 문을 연 이곳은 혈흔분석을 통해 강력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찾는 국내 유일의 ‘핏자국 과학수사실’이다.

약독물 분야 전문가인 이상기(57) 대구과학수사연구소장은 “혈흔형태에 대해 다양하고 전문적인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강력 유혈사건이 발생할 경우 사건 재구성을 통한 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구과학수사연구소가 혈흔형태 분석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 실험은 지난달 22일 이뤄졌다. 이날 이곳에는 전국의 과학수사 경찰관 2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응고제 500㎖를 첨가한 돼지 혈액 4.5ℓ가 사방에 뿌려졌고 “허벅지 대동맥이 끊기면 핏자국이 굵다” “출혈 사유에 따라 다른 혈흔이 남는다”는 설명이 잇따랐다.

사건현장에서 혈흔이 결정적 단서가 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이 소장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대구 북구에서 A(23)씨가 만취상태로 친구와 말다툼을 하다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술에 취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오리발을 내밀었으나 흉기와 피가 날아온 방향, 자국, 범인 위치 등을 재구성해 제시하자 결국 자백했다.

2014년 1월 중순 문을 연 대구과학수사연구소의 사건 관할구역은 대구ㆍ경북과 거창 함양 산청 등 경남 일부 지역이다. 이곳에는 혈흔형태분석 실험실뿐만 아니라 법의학실과 유전자실, 약독물실, 분석화학실에서 부검과 유전자 분석, 약독물과 미세증거물 감정, 화재 및 교통사고 감정 등을 통해 사건해결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 포항공단 기름탱크 폭발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긴급사건 응급대응팀을 현장에 급파하는 등 신속한 초동수사를 위한 골든타임 확보에 힘쓰고 있다”는 그는 “직원들이 거의 매일 야근과 주말 출근 등으로 체력소모와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가 제 자리를 잡으면서 사건 감정 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4년 5,807건, 2015년 8,086건, 2016년 1만663건, 지난해 1만2,105건 등 감정 건수가 4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소장은 “범죄수법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어 새로운 감정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대학에서 약학을, 대학원에서 독성학을 전공했다. 그는 의약품과 농약에 의한 사건이 잦다는 데 주목해 1993년 1월 국과수에서 첫 발을 내디뎠다. 입사 후 25년 동안 약독물 및 마약감정 업무를 맡은 그는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 관련 감정기법 개발과 2010년 유명 제과점 쥐 식빵 사건, 2011년 탈북자 위장 간첩 독침 테러 사건 등 굵직한 사건 등을 해결하며 국과수 내 약독물 전문가로 꼽힌다.

2009년 10월 행정안전부 학회지 논문 최대 게재 분야에서 최고기록 공무원으로 선정된 그는 지금까지 ‘생체시료에서 청산염 측정방법에 대한 종합적 연구’와 ‘독물분석의 자동화연구’ 등 80여 편의 논문을 펴냈다.

“국과수는 수사방향을 설정하고 사법기관의 과학적 판결에 도움을 주는 기관”이라는 이 소장은 “과학수사를 통해 미제사건이 사라지면 범죄도 감소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칠곡=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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