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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꾹’ 누르자 ‘으으으’ 신음… 아픈 만큼 몸은 반듯

입력
2018.09.05 04:40
수정
2018.09.05 09:3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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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 되겠어? 다리나 찢어볼까” 

 서서히 누르자 눈감고 비명 절로 

 꾹 참고 강도 높이니 실핏줄 터져 

 민망한 자세에 부끄러움은 ‘덤’ 

 

 스트레칭 과정서 코어 근육 단련 

 구부정한 체형 바로잡히는 느낌 

 어느새 집에서 끙끙대며 시도 중 

양 다리를 쭉 벌리게 한 뒤 밖으로 편 다리 쪽 발목을 바깥으로 비틀어 편다. 다리 안쪽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신상순 선임기자
양 다리를 쭉 벌리게 한 뒤 밖으로 편 다리 쪽 발목을 바깥으로 비틀어 편다. 다리 안쪽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신상순 선임기자

“당연히 추하지.”

스트레칭 장면을 촬영한 사진기자 선배의 단호한 대답이었다. 하기야 말해 무엇하랴. 지시에 따라 몇 분 정도 하다 만 것 같았는데, 끝나고 보니 30여분의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을 뿐 아니라, 동작 하나 할 때마다 끙끙 앓아 대느라 눈 한번 제대로 못 떴다.

아뿔싸 싶다. 추한 거야 별문제 아니다 싶지만, 돼지 한 마리가 바닥을 구르면서 끙끙대며 온몸을 뒤틀어 대고, 잔뜩 찌푸려서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굳이 사람들이 봐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보기에 많이 안쓰러울까요”, “디지털 기술의 힘이라도 어떻게 좀 빌릴 수 없을까요”, 조심스레 물었다. 다시 답이 돌아왔다. “보도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전합니다.” 정론직필 기자정신은 이래서 싫다.

운동의 필요성이야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쉽진 않다. 헬스장 1년치 끊어 놓고 3일도 채 안 다녀 본 경험은 누구나 다 있다. 결국 잠옷으로나 쓰게 되는 패셔너블한 운동복 몇 벌쯤 옷장에 들어 있는 경험도 누구에게나 있다. 돈을 들여야 그 돈 아까워 억지로라도 하게 될 것이라 매번 결심하지만, 결국 운동과 함께 돈도 다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트레칭이라면 어떨까. 엄청난 힘이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뭘 차려 입고 나서야 하는 것도 아니고, 별도의 장비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해 볼까, 중얼거린 뒤 방바닥에 드러누우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스트레칭이다. 한편에선 의심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스트레칭이라면 한마디로 ‘꾹꾹 쭉쭉’인데, 이게 운동이 되긴 할까.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는 축구, 농구쯤 돼야 운동 아닐까.

그래서 찾았다. 서울 대치동 ‘스트레칭샵’의 김성종(28) 대표. ‘스트레칭도 운동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스트레칭 전도사’를 자임한다. 스트레칭 전문을 내세운 곳답게 제공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도 ‘다리 찢기 프로젝트’다. 남자든 여자든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2개월 안에 다리를 찢도록 도와준단다.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고통스러운 기억 하나쯤은 있다. 태권도 단증을 따야 한다는 이유로 무지막지하게 찍어 누르던 고참들의 손길과 발길 말이다.

하지만 여기선 그렇게 무리하게 시키진 않는다. 찢기에 도전하되, 웬만하면 성공을 지향하되, 설사 다 찢지 못한다 해도 단련 과정에서 어느새 체형이 바로잡힐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건 굳이 다리 찢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리를 찢는 건 하나의 성취감을 주는 최종 목표일 뿐, 중요한 건 도전 와중에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다. 온몸을 제대로 지탱해 주는 골반과 척추 주변의 근육은, 늙어 갈수록 그 중요성이 더해진다.

말하자면 ‘찢으라, 그러면 바르리로다’라는 주문이다. 2016년 문을 열었으니 햇수로 3년째인데, 그간 이 공간을 스쳐간 1,000여명의 수강생 중에 무려 800여명이 다리 찢기를 완성했단다. 덕분에 체형이 바로잡혔다, 이제 몸이 찌뿌둥하면 다리 한 번 찢어 준다는 ‘간증’들이 흘러 넘친다. 어쩐지 입구에 들어서는데 그간 이곳을 거쳐 간 수강생들의 피와 눈물이 들려오는 듯 했다.

기본부터 시작했다. 척추 밑에 길쭉한 폼 롤러를 밀어 넣어 대자로 눕힌다. 제 무게 때문에 팔이 저절로 열리면서 가슴이 펴지기 시작한다. 컴퓨터 작업이 많은 회사원들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눕혀만 놔도 시원하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직장인의 비애다. 그래도 그냥 내버려 둘 리 없다. 역시나 가슴 근육이 더 벌어질 수 있도록 어깨를 위에서 찍어 누른다. 볼 때는 별 것 아니다 싶었는데 허리를 폼 롤러와 떨어지지 않게 딱 붙인 상태로 가슴을 열어젖히니 가슴, 어깨에 부담이 오면서 저릿저릿하다.

스트레칭에서 호흡은 근육을 펼 때 내쉬어야 한다. 야들야들하게 몸을 풀어주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동작 때 들숨을 쉬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근육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 한창 다리찢기 스트레칭에 도전 중일 때는 일부러 다른 근육 운동을 중단시키기도 한단다.

이걸로는 안 되겠다 싶은지 이번엔 짧은 폼 롤러를 가져다 겨드랑이에 놓고 모로 누워 오가는 동작을 시킨다. 겨드랑이를 중심으로 가슴과 등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정말 아프다. 으으으,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겨드랑이를 중심으로 가슴과 어깨 근육을 펴주는 동작. 집에 가서 보니 피멍이 들어 있었다. 신상순 선임기자
겨드랑이를 중심으로 가슴과 어깨 근육을 펴주는 동작. 집에 가서 보니 피멍이 들어 있었다. 신상순 선임기자

그게 신호탄인가 보다. 김성종 대표가 위에 아주 있는 힘을 다해 꾹꾹 눌러 준다. 강도가 올라가니 상체가 아니라 하체가 배배 꼬인다. 근육을 아주 자근자근 갈아 주는 느낌이다. 이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가늘게 실핏줄이 터지는 현상이 있기도 하니 나중에 너무 놀라지 말라고 한다. 집에 가서 보니 실핏줄이 아니라 대동맥이라도 터진 양 겨드랑이를 사이에 두고 가슴과 어깻죽지 쪽에 아주 빨간 줄이 죽죽 그어져 있다.

상체 이완 다음에는 하체 이완. 발레 바 위에다 다리를 올리고 상체를 숙인다. 무릎을 굽혀 상체와 직각이 되도록 하고 다리를 올린 뒤 꾹꾹 누른다. 훗, 이 정도야 소싯적 축구 농구 할 적에 적잖게 했던 동작이다. 차이가 있다면 다리 올린 쪽 골반이 다리를 따라 앞으로 튀어나오려는 걸 계속 해서 바로잡아 준다.

제일 큰 난관은 마지막 동작, ‘개구리 자세’였다. 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린 채 상체를 앞뒤로 수평으로 오간다. 고관절이 후들거린다. 아니나 다를까. 다리를 더, 아니 좀 더, 다시 한번 더 벌리게 한다. 더 납작해진 자세에서 앞뒤로 상체를 오가게 하려니 다리가 뒤틀리는 느낌이다. 으아악, 소리가 나오는데 거기에 한술 더 뜬다. 배에다 힘줘서 꼬리뼈를 땅 쪽으로 당겼다가, 다시 등에다 힘주면서 꼬리뼈를 하늘로 향하게 하라 했다. 동작의 폭이 크지 않아 이게 제대로 되는 건가 싶은데, 동작이 작아도 되니 힘을 줘서 제대로 하라 했다.

개구리 자세. 동작이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쉬고 있는 건 아니다. 엎드려서 울고 있었다. 신상순 선임기자
개구리 자세. 동작이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쉬고 있는 건 아니다. 엎드려서 울고 있었다. 신상순 선임기자

처음엔 으으으으 신음소리 내며 동작 자체를 소화해내느라 아무것도 신경 쓰지 못했는데, 하다 보니 이거 좀 부끄럽다. 좀 민망하다 했더니 안 그래도 이런 동작들 때문에 남성들은 의외로 1대1 개인지도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했다. 아무래도 여성들이 많을 테니, 여성들이 많은 곳에서 남자가 끼어 하기엔 좀 머쓱한 동작이겠다 싶다.

이 정도로 체험은 끝났다. 나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몸을 쓰는 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열심히 하면 6개월 정도 만에 다리 찢기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중ㆍ상급 판정을 받았다. 추함을 공개하는 것치곤 꽤 괜찮은 판정이다.

마지막으로 간증 하나. 체험 뒤 다른 건 못해도 ‘개구리 자세’는 집에서 몇 번 했다. 자전거를 오래 타면 허리가 한번씩 아팠기 때문이다. 노면 충격을 다 받아 가며 장시간 달리니 그런가 보다 싶기도 했지만 혹시 안장 높이 등에 문제가 있나 싶어 자전거 가게에 가서 두 어 번 조정하기도 했다. 개구리 자세를 해 보니 허리와 골반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혼자 끙끙대며 몇 번을 한 뒤 지난 주말 집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갈라지는 두물머리까지, 104.9㎞ 왕복 라이딩을 했다. 스트레칭 그거 몇 번 했다고 무슨, 싶었는데 뜻밖에 허리 통증이 없었다. 이참에 ‘민망한 골반 미남’으로 거듭날까 보다. 그래도 다리 찢기는, 되도록 안하고 싶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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