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들이 병역특례 혜택을 거머쥔 가운데 해당 특례제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등 개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병역판정검사를 마친 청년들이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서울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을 나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끝났음에도 병역 특례(예술ㆍ체육 요원 근무)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금메달을 딴 야구대표팀에서 오지환(28ㆍLG) 등 일부 선수가 병역을 미룬 끝에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자격 논란이 불거지며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다. 병역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낡고 불합리한 병역특례 제도의 개선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병무청은 3일 원론적이지만 현행 제도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병역법 제33조 7항은 체육요원의 경우 올림픽 3위 이내 또는 아시안게임 1위, 예술요원은 국제대회 2위 이상 또는 국내대회(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 1위로 입상한 사람에 대해 병역 특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병무청에 따르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 혜택을 받는 금메달리스트는 모두 42명이다. 축구대표팀 20명은 전원, 야구대표팀은 24명 중 9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금메달리스트 중 현역 복무 중인 펜싱의 김준호(24ㆍ국군체육부대), 축구대표팀 황인범(22ㆍ아산무궁화)은 곧바로 조기 전역이 가능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2일 아시안게임 선수단 해단식 기자회견에서 대회 내내 주요 이슈였던 병역 혜택 질문이 나오자 “올림픽,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해서 성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방안이 어떨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공론화 해보겠다”고 밝혔다.

체육계에서는 단 한 차례 국제대회 입상 성적만으로 병역 혜택을 받는 특례 제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당장 축구만 해도 중요도로 따지면 아시안게임은 월드컵은 물론 아시안컵보다 비중이 크게 떨어진다.

국가대표 선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일부 선수들은 주전급도 아닌데 대표팀에 포함돼 ‘병역 로또를 맞았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야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도 당시 나지완(33ㆍKIA)이 부상을 숨기고 대표팀에 합류했고 결국 병역 혜택을 받아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운동 선수들에게 병역 특례를 주는 병역법이 만들어진 건 1973년이다.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따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던 시절에 정해진 법으로 처음에는 올림픽,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3위 이상 입상도 해당됐다.

그러나 서울올림픽 이후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에서 입상하는 선수가 많아져 병역 특례 대상이 많이 늘어나면서 1990년부터는 현행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대상이 한정됐다.

체육 병역특례 변천사. 신동준 기자

예외도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이 숙원인 16강을 넘어 4강까지 진출하자 여론의 힘을 얻어 16강 이상의 성적이면 병역 혜택을 주도록 한때 법이 개정됐다. 박지성(37)이 대표적인 수혜자다. 2006년에는 국제 야구대회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4강에 오르자 ‘WBC 4강 이상’도 포함됐다. 그러나 혜택이 남발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다시 일었고 세계대회에서 1위를 해도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비인기종목과의 형평성 등의 이유로 ‘월드컵 16강’, ‘WBC 4강’은 2007년 폐지됐다.

이기흥 회장이 대안으로 밝힌 ‘마일리지 제도’에 대해 군 당국은 신중하다. 병역특례 제도의 목적은 국위 선양이다.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면 올림픽 같은 대형 대회가 아닌 크고 작은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쌓은 사람에게도 혜택을 줘야 하는데 이걸 국위 선양으로 볼 수 있느냐는 반론이다.

군 당국 관계자들은 예술인이건 체육인이건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병역면제 혜택을 확대할 경우 형평성 문제는 계속해서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예술요원 편입 기준을 정통예술 분야뿐 아니라 방탄소년단 같은 대중예술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오지환은 되는데 왜 방탄소년단은 안 되는 거냐”는 항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일단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대중예술 분야의 경우 운동선수들과 같이 세계적으로 공인 받는 비영리적 대회가 드물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빌보드차트 1위를 했을 경우 이를 국제적으로 공인된 성적으로 볼 수 있는지가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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