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역주행 인기 ‘서치’에서 부성애 연기

지난 7월 홍콩에서 열린 영화 ‘서치’ 홍보 행사에 참석한 한국계 미국 배우 존 조. 그가 주연을 맡은 ‘서치’는 최근 한국 극장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소니픽쳐스

“처음엔 출연 제안을 거절했어요. 독특한 연출 기법 때문에 망설여졌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건 영화이지 유튜브 동영상이 아니니까요.”

한국계 미국 배우 존 조(46)는 영화 ‘서치’ 시나리오를 보고 느꼈던 당혹감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영화이니 오해할 법했다. 하다못해 유튜브에서도 ‘서치’ 같은 작품은 찾을 수 없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끈질기게 구애했어요. 여느 영화와 결코 다르지 않을 거라고 설득하더군요. 한번쯤 도전하고 싶었던 스릴러 장르라는 점도 흥미를 끌었습니다.”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존 조가 설명한 ‘변심의 이유’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지금 한국 극장가에서 쟁쟁한 대작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를 역주행하고 있다. 예매율도 1위다. 지난달 29일 개봉해 6일 동안 불러들인 관객수가 65만9,000여명이다. 나날이 무성해지는 입소문이 심상치가 않다.

‘서치’는 부재중 전화 세 통만 남긴 채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아빠의 이야기다. 경찰 수사에도 결정적 단서가 나오지 않자 아빠 데이빗(존 조)은 절박한 심정으로 딸 마고(미셸 라)의 노트북 컴퓨터를 뒤지기 시작하고, 마고가 사용하던 이메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팅 프로그램, 동영상 사이트 등에 남겨진 흔적을 따라가면서 진실을 추적한다.

이 영화의 특별함은 독창적인 형식에 있다. 스크린이 그 자체로 커다란 컴퓨터 화면이자 모바일 화면이다. 영상 통화 창이 뜨고, 문자 메시지가 오고 가고, 폐쇄회로(CC)TV 영상과 각종 웹사이트 창이 열렸다가 닫히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의 표정을 보여 주지 않고도,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과 타이핑 속도로 감정을 전달한다. 글자 사이엔 깜짝 놀랄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

‘서치’는 컴퓨터와 모바일 화면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래서 존 조는 도리어 이야기에 집중했다. “관객이 주인공의 사연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영화의 참신한 형식도 무의미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관객이 데이빗 가족에게서 실제 가족 같은 느낌을 받길 원했다”며 “감독과도 뜻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낯선 촬영 방식은 도전 과제였다. 배우들은 방 안에 홀로 앉아 노트북 위에 달린 소형 카메라를 보면서 연기해야 했다. “동료 배우와 눈을 마주 볼 때 가장 사실적인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어요. 무대 위에서 독백하는 것조차 어렵게 느낀 적이 많았죠. 그런데 작은 카메라만 쳐다보고 연기하려니 부자연스러울 수밖에요. 게다가 제가 보는 컴퓨터 화면은 텅 비어 있었어요. 마음 기댈 곳이 없다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데이빗은 웹사이트에서 찾아낸 마고의 흔적에서 뜻밖의 진실을 마주한다. 누구나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고 관계를 이어 주는 매개체도 많아졌지만 오히려 진실한 소통은 단절된 현대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존 조도 “현실을 포착하는 감각과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했다. “최첨단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고전적인 이야기에 담아낸 각색이 매우 탁월해요. 인간의 보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금 이 시대를 성찰하고 있죠. ‘서치’의 감독과 제작자는 자신들이 직접 온라인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이방인의 자아를 발견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존 조는 컴퓨터에 달린 소형 카메라를 마주 보면서 연기했다.

차간티 감독은 처음부터 존 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존 조도 자신의 평소 모습을 영화에 담았다. “저도 아이가 있는 아빠라서 데이빗이 느끼는 불안과 걱정을 함께 느꼈어요.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아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저에게 없었던 근육 하나가 생겼다고. ‘걱정 근육’이라 부르는데요, 이 근육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어요. 데이빗 가족의 추억이 스케치 되는 장면에는 저 개인의 추억도 많이 녹여 냈습니다.”

‘서치’는 할리우드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작품이다. 동양인 배우 한 명이 주요 배역에 캐스팅되기도 어려운데, 무려 한국계 가족이 주인공이다. 존 조를 비롯해 마고 역 미셸 라와 삼촌 피터 역 조셉 리, 엄마 파멜라 역 사라 손까지 모두 한국계 배우가 연기했다. “한국 영화에서 한국 사람이 주인공인 건 당연하죠. 미국 영화에서 주인공이 백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에 대한 정당한 설명이 필요해요. 하지만 ‘서치’는 한국계 가족이 왜 주인공인지 아무런 이유도 제시하지 않아요. 가족 간 문제도 인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고요. 이건 정말 혁신적인 일이에요.”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항해사 술루로 출연 중인 존 조. 파라마운트픽처스 제공

존 조는 동양인을 왜곡하거나 스테레오 타입으로 묘사하는 작품은 출연을 거부해 왔다. 할리우드의 ‘화이트워싱’에도 단호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의 일등 항해사 술루 역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TV 드라마 ‘셀피’에서 동양인 배우로는 처음 로맨스의 주인공을 맡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제 기대를 뛰어넘는 작품이 많아요. 축복받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동양인 배우에겐 숱한 제약이 따릅니다. 표현력이 부족하고 티켓 파워에서 밀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 인식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실력으로 증명해야만 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여섯 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존 조는 언젠가 한국에 돌아와 한국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꿈도 품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를 보고 ‘이 영화의 감독은 무조건 금메달이다, 우리는 동메달이나 간신히 딸 수 있으려나’ 생각했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사실 요즘 제가 한국어 실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어요. 한국어 연기가 저에겐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말을 뱉고 나니 덜컥 겁이 나네요. 하하.”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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